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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tart] 외국인도 GO ! '위 스타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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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원어민 영어교사들이 11일 효행원을 찾아 어린이들과 체스 놀이를 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Children, nice to meet you(얘들아, 만나서 반가워)." 외국인 산타 10여명이 11일 경기도 수원의 효행원을 찾았다. 두 손에는 선물 보따리가 가득했다. 효행원은 부모를 잃은 초.중.고교생 90여명이 살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외국인 산타는 경기도 교육청 소속으로 수원지역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원어민 교사와 일반 영어학원 강사들이다. 이들은 본지의 'We Start' 운동을 보면서 정성을 보태자고 뜻을 모은 뒤 우선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돈을 모아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수원 세류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인 헤더(27.여.미국)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외로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동료들과 함께 찾아왔다"며 "저소득층 아동의 건강과 교육을 돕자는 We Start 운동 취지에 맞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Let's play funny game(자, 이제부터 재미있는 게임을 해보자)."

'수건 돌리기' 음악이 시작되고 초등학생 30여명이 신문지로 포장된 상품 돌리기 게임에 빠져든다. 돌리던 물건이 인형이나 수첩으로 바뀌어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환호성과 즐거운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쪽에선 풍선 불기 대회가 열리고 다른 쪽에선 체스 게임이 시작됐다. 커다란 나무 시계판엔 영어 단어가 적혀 있고 맞히면 선물이 푸짐했다.

"Raise right hand(오른손을 들어요)."

"Run together(다 같이 뛰어요)."

영어와 함께 이뤄지는 영어 선생님들의 커다란 몸동작을 보며 아이들이 영어를 따라 배운다.

"와~재미있어요. 게임 한번 더 해요."

경쾌한 음악에 맞춰 게임을 지도하는 영국인 교사 세라 캘더우드(26.여)의 두 손을 잡고 이리저리 뛰놀며 졸라대는 한솔(12)군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게임이 끝나고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시간.

"Make Christmas tree all together(다 함께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요)."

영어 선생님의 말소리가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쪽에선 종이에 산타 할아버지 얼굴을 그리고 다른 쪽에선 각자의 소원을 적은 카드와 함께 장식용 은방울.금방울을 만들었다. 캐럴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대형 트리가 강당 한가운데 세워지자 아이들은 목청껏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쳤다.

효행원 지도교사 윤덕경(26)씨는 "아이들이 올해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10여명의 외국인 산타들은 앞으로 월 한번씩 효행원을 찾아 영어 선생님은 물론 언니.오빠가 돼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새해엔 'We Start 마을'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하기로 약속하고 어린이들과 아쉽게 헤어졌다.

수원=엄태민 기자 <vedia@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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