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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사 ‘직무정지’되면 … 취임식은 열 수 있지만 지시 내리거나 결재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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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의 ‘행복한 강원도 만들기’가 시작도 못하게 될 처지가 됐다. 이 당선자에 대한 항소심 유죄판결로 취임과 동시에 도지사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 당선자가 취임 후 곧바로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결이 난 11일 강원도청은 황망한 분위기였다. 이모 과장은 “처음 겪는 사태로 혼란스럽지만 도지사 문제라 얘기하기를 꺼린다”며 “어떤 상황이라도 흔들림 없이 맡은 일을 하자며 직원들을 독려하려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민 반응은 엇갈린다. “안타깝다”는 주민도 있고 “출마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 나와 결국 피해는 도민들이 보게 됐다”는 반응도 있다. 김응서(49·강릉농공고 교사)씨는 “법에 의해 처리되니 어쩔 수 없고 안타깝다 해도 도정이 빨리 정상화되기를 기대하며 대법원 판결 전이라도 행정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동일(48·춘천시 후평동)씨는 “민주당이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이 당선자를 공천해 강원도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말했다.

이 당선자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이 경우 보궐선거로 도지사를 새로 선출하게 돼 직무정지 기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강원도 김상표 자치행정국장은 “행정안전부가 직무정지 범위와 형태 등에 관한 지침을 줄 것으로 본다”며 “세부적으로 문제가 있는 분야는 행정안전부에 질의하고 당선자 측과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의 직무가 정지되면 강원도의 현안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도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얘기다. 가장 시급한 것은 2011년 7월 최종 결정되는 겨울올림픽 유치로, 도지사 공백으로 유치활동이 동력을 잃게 될 전망이다. 이 당선자는 개최지 결정 1년을 앞둔 시점(7월 6일)에 전열을 정비하는 등 겨울올림픽 유치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필요한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조기 착공,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강원도청 조직 운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정무부지사와 개방형 공모직으로 6월 말 임기가 끝나는 보건복지여성국장을 포함한 고위직 인사는 물론, 현재 공석 중인 강원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등 도지사가 임명하는 산하 유관기관 인사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도지사 직무정지에 대해 강원대 장노순(행정학과) 교수는 “도지사 직무정지로 강원도정은 정책과 인사 등 새로운 것은 하지 못하고 현상유지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 당선자 외에도 선거법이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인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당선자가 65명에 달해 앞으로 직무정지 상태에 놓일 당선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주언 광주 서 구청장 당선자의 경우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돼 직무정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춘천=이찬호 기자

☞◆국회의원-도지사 유죄 판결 차이점=지방자치단체장은 1, 2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직무가 정지된다. ‘지방자치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제111조는 ‘자치단체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않았을 경우 부지사 등이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공소제기 후 구금 상태에 있거나 ▶60일 이상 입원한 경우에도 권한대행이 일할 수 있는 사유로 적시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엔 다르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임 중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도 의정 활동이 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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