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우린 괜찮나" : '김근태 고백' 대책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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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김근태 고문의 고백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은 밖과 안이 달랐다. 호재(好材)임엔 분명하지만 한나라당도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경쟁이 치열한 만큼 비슷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향해선 "金고문의 고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든 후보들을 겨냥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아주 불행한 일"이라며 "이런 선거가 되지 않도록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최고 20억원부터 돈을 많이 쓴 순서대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는 김근태 고문의 말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라며 "민주당 경선의 혼탁함과 타락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무늬만 민주적이지 실상은 그들만의 돈잔치에 불과했다"며 "돈잔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래서 金고문에 대해선 "고해성사에 경의를 표한다"(南대변인),"새롭고 깨끗한 정치를 위한 결단"(李富榮부총재)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2000년 부총재단 경선을 치렀고 올 5월에 대통령 후보 및 부총재단의 경선이 예정돼 있어 정치자금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공명선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부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李총재는 "우리도 조심해야 한다"며 "차제에 돈 안 쓰고, 잡음 없는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강삼재(姜三載)부총재도 "잘못하다가는 우리 당에서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했다.

이날 잇따라 열린 총재단 회의와 통합선관위 회의에선 ▶선거공영제를 확대하고▶지구당별 방문을 금지하는 대신 시·도지구별 경선 때 대의원을 상대로 합동 정견발표회나 정책토론회를 여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한다.

수도권 출신 한 부총재측에선 "2000년 부총재단 경선 때 과열·혼탁 기미가 있더니 이번에도 '자리를 약속했다' '돈을 쓴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고 우려했다.

자민련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김종필(金鍾泌)총재는 "金고문의 심정을 평가한다"고 말했고, 정진석(鄭鎭碩)대변인은 "막대한 자금 살포와 조직 동원으로 타락상을 보이고 있는 국민경선제야말로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국민경선제를 흠집내는 데 주력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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