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서 명품기지로 本社도 놀란 한국發 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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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우리 손으로 만들어 세계 명품으로 키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기업들이 한국 공장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히트 상품을 잇따라 탄생시키고 있다. 글로벌 본사도 그동안 한국 공장을 단순한 하청기지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제품 생산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기지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려는 GM도 한국을 연구개발 기지로 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생산기지를 이처럼 글로벌 프로덕션의 중심으로 변신시키는 데는 주한 외국기업 R&D팀의 노력과 땀이 스며 있다. 주한 외국 기업이 개발한 제품들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각광받으면서 글로벌 본사의 주력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세계 히트상품을 만든 한국P&G,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한국3M, 한국피자헛의 R&D팀 주역들을 만나본다.

표재용 기자

한국3M의 가정용 제품부 김창한(33)과장. 그는 1999년 소비자들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개최한 '스카치 브라이트 주부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신개념의 랩(포장재의 일종)제품을 개발,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도 먹혀 들어갈 신제품을 개발했다. 기존의 제품은 랩을 찢어낼 때 포장밖에 부착된 날카로운 금속제 커터(cutter)를 사용하도록 만들어져 손을 베는 안전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

金과장은 "커터에 손이 베이지 않도록 포장 안쪽에 넣기 위해 케이스를 만들고 버리는 작업을 수백번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끝에 金과장은 2년여 만인 2001년 9월 손이 베이지 않도록 슬라이딩 커터 방식을 택한 '3M 후레쉬 매직 랩커터'개발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출시 한 달만에 3만개 이상 팔리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더 큰 낭보는 해외에서 왔다. 매출에 가속도가 붙던 지난해 10월 때마침 한국을 방문한 아태지역 담당자가 이 제품을 눈여겨본 것이다. 이경화 부장은 "본사 담당자가 특정 지역 생산법인에서 만든 제품을 다른 나라에 적극 홍보하는 것은 드문 사례"라며 "중국·대만·태국의 법인에서 수출용 샘플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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