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서 명품기지로 本社도 놀란 한국發 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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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우리 손으로 만들어 세계 명품으로 키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기업들이 한국 공장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히트 상품을 잇따라 탄생시키고 있다. 글로벌 본사도 그동안 한국 공장을 단순한 하청기지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제품 생산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기지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려는 GM도 한국을 연구개발 기지로 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생산기지를 이처럼 글로벌 프로덕션의 중심으로 변신시키는 데는 주한 외국기업 R&D팀의 노력과 땀이 스며 있다. 주한 외국 기업이 개발한 제품들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각광받으면서 글로벌 본사의 주력 히트 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세계 히트상품을 만든 한국P&G,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한국3M, 한국피자헛의 R&D팀 주역들을 만나본다.

표재용 기자

스웨덴에 본사를 둔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연구개발팀은 최근 아이를 얻는 부모처럼 상기돼 있다. 4백10억원을 투입해 1998년 9월에 착수한 여섯 종의 '볼보 B시리즈'굴착기 모델이 마침내 선보였기 때문. B시리즈 모델 개발은 이 회사가 삼성 중장비 부문에서 '볼보'로 사명을 바꾼 이래 착수한 가장 큰 프로젝트다.

개발팀은 기존 굴착기들의 특성과 장단점들을 분석하는 작업부터 벌였다. 그 결과 신제품의 개념은 투박한 중장비의 이미지를 벗겨내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우선 추위와 더위로 작업 진행이 어려웠던, 뒤떨어진 냉난방 시설도 고급 승용차 수준으로 올렸다.

첨단 소음방지 기술로 운행 중 발생하는 잡소리도 최소화했다. 또 항공기 블랙박스 기능과 비슷한 매트리스(MATRIS)장치 등 첨단 기기도 장착했다.태국 반푸탄광 지대에서 한달여 동안 매일 20여시간씩 혹서 테스트를 벌이자 이를 지켜보던 현지 기업으로부터 굴착기 6대를 주문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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