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대통령과 머리 맞대고 취업 등 고민 토론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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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정기적으로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그들의 고민과 문제를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는 자리가 만들어진다. 미국의 '백악관회의'와 비슷한 '청소년특별회의'가 구성된 것이다.

청소년.시민단체 등으로 이뤄진 청소년특별회의 준비위원회(위원장 한완상)는 10일 "첫 청소년특별회의를 오는 27~29일 3일간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청소년기본법 제12조에 '국가는 범정부적 차원의 청소년 육성 정책 과제의 설정.추진 및 점검을 위하여 청소년특별회의를 매년 개최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마련된 자리다. 준비위원회가 주관하며 문화관광부.중앙일보가 후원한다. 강대근 실무준비단장은 "회의 토론 내용들은 정부가 청소년 정책을 수립할 때 최대한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 누가 참여하나=노무현 대통령,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등 정부 인사와 청소년 대표 등이 회의에 참여한다. 회의 기간에 청소년 대표와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한 차례 토론할 예정이다.

만 9~24세인 100명의 청소년 대표는 지역별로 청소년 단체의 추천을 받아 뽑혔다. 이 중에는 탈북자.장애인.근로 청소년.대안학교 학생 등이 포함돼 있다.

회의를 진행할 초대 의장에는 김갈뫼(18.대입 준비 중)군이 선거를 통해 뽑혔다. 또 1997년 탈북한 문해성(20.중앙대 법대)씨가 부의장이다.

◆ 뭘 토론하나=청소년 대표들을 중심으로 지역별 포럼과 예비회의(지난달 19~21일)를 통해 본 회의에서 토론할 안건을 정했다. ▶인권.참여▶교육▶문화.여가▶보건.복지▶노동 등 5개 분야다.

청소년특별회의의 위상을 정립하고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며(인권.참여), 대학입시 제도를 개선하고 소외 청소년에게 교육 여건을 만들어주는(교육) 방안 등이 논의된다. 장애.근로청소년의 권리 확대(보건.복지)와 청소년 아르바이트 기회의 확대(노동), 축제 활성화(문화.여가) 등도 토론 대상이다.

◆ 백악관 회의=미국의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1909년 소외 아동의 보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회의에서 비롯됐다. 회의는 매년 대통령이 소집하며 대통령 또는 영부인이 백악관에서 주재한다. 연방과 주 정부 대표, 청소년 전문가, 청소년을 비롯한 시민대표 등이 참석한다. 청소년 문제와 청소년 복지체계 점검, 개선책 마련 등을 주로 논의한다.

강갑생 기자

*** 초대 의장 김갈뫼군

"청소년 정책 체계적 수립 건의할 것"

청소년특별회의 초대 의장인 김갈뫼(사진)군은 인천외고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학교의 두발 제한 조치에 항의하다 지난해 말 자퇴했다. 현재 중소기업에서 영어서류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인천지역 청소년단체 간부의 추천으로 특별회의에 참여하게 된 김군은 "앞으로 다양한 청소년 문제를 짚어보겠다. 대통령을 만나면 정부 내에 흩어져 있는 청소년 업무를 하나로 모아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을 해야 한다는 건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경험.지식에서 청소년이 어른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것 때문에 청소년의 의견을 무시해선 안 된다. 오히려 시각이 더 순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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