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왜 그렇게 싸우나요 땅 분쟁이'피의 악순환'낳은 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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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도대체 왜 싸우나요.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땅싸움이라고 해야겠네요. 지도를 볼까요. 소금기가 많아 사람 몸도 둥둥 뜬다는 사해(死海)가 보이나요? 그 북쪽에서 사해로 흘러들어가는 강이 성경에도 자주 등장하는 요르단강입니다. 이 강 서쪽부터 지중해에 이르는 길이 2백40㎞, 너비 45㎞(북)~85㎞(남)의 단검날 모양의 땅이 팔레스타인입니다. 한반도의 8분의1인 약 2만6천㎢의 좁은 땅을 두고 서로 싸우는 거죠.

이 땅에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약 2천년 전까지 이스라엘 사람들(유대인)이 살아왔지만 기원전 63년 로마제국의 침략으로 이스라엘이 망한 뒤엔 아랍 계통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쭉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로마에 나라를 잃고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근 2천년 만인 1948년 이 땅에 돌아와 나라를 다시 세우고(이게 오늘날의 이스라엘이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아 버렸죠. 집과 땅을 잃고 다른 나라로 쫓겨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50년 넘게 싸우고 있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양쪽은 네차례의 큰 전쟁까지 치렀지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처음엔 땅 전체를 돌려달라고 주장했지만 50여년이 지난 요즘엔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고 ①유엔이 팔레스타인 영토로 인정한 가자·요르단강 서안(지도 참조)을 내놓을 것 ②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수도로 내줄 것 ③이스라엘이 쫓아낸 난민들이 고향에 돌아와 살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첫째 요구만 부분적으로 받아줄 수 있고 나머지는 절대 안된다고 펄쩍 뛰고 있습니다.

2.왜 자살테러 같은 극단적 방법까지 쓰나요.

지난달 28세의 팔레스타인 여성이 자살 폭탄테러를 벌였고, 이달 16일에도 쇼핑몰에서 20대 젊은이가 폭탄을 터뜨려 동생뻘인 이스라엘 소년·소녀와 함께 숨졌습니다.

정말 잔인한 짓이죠?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막강한 이스라엘 군대에 맞서 외롭게 싸우는 처지를 얘기하며 "잘 모르면서 비난하지 말라"고 주장합니다.

팔레스타인은 70년대까진 이집트·시리아 등 아랍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스라엘과 싸웠지만, 79년 이집트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손을 뗀 후로는 사실상 외톨이 신세가 됐지요.

이렇게 되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인 가자·요르단강 서안을 야금야금 파고들어 약 1백40곳에 이스라엘 사람들만 사는 정착촌을 세웠습니다. 현재 정착촌에 사는 이스라엘인은 20만명이나 된답니다. 화가 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87년과 2000년 두차례에 걸쳐 "이스라엘인은 물러가라"고 요구하는 '인티파다'란 대규모 시위를 벌이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인티파다를 벌이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탱크와 총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자 더욱 분노한 팔레스타인 사람 중 일부가 자살 폭탄테러로 맞서고 있는 거죠.

자살 폭탄테러는 '하마스''지하드''알 하크샤 순교자단'이란 세 과격조직의 지휘 아래 20세 안팎의 청년들이 주로 저지르는데, 최근엔 기혼자나 여성·고학력자가 참가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요. 이들은 조직이 가족들의 생활을 책임져주는 데다 '순교자는 천국에서 신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는다'고 믿기 때문에 서슴지 않고 테러를 벌인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이 테러를 벌이면 이스라엘은 곧바로 군대를 풀어 복수에 나섭니다. 이런 '피의 보복전'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지난 1년5개월간 1천명 넘는 사람들이 숨졌죠.

3.서로 양보하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두 나라는 93년 미국의 중재로 '오슬로 평화협정'을 맺었습니다.'땅과 평화를 교환한다'는 정신 아래 팔레스타인은 더 이상 테러를 하지 않고, 이스라엘은 가자와 서안지구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협정의 골자입니다.

협정은 긴 싸움을 매듭지을 멋진 타협이었습니다.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결단과 미국의 중재 노력이 합쳐진 결과였지요.

그러나 라빈 총리가 95년 11월 이스라엘 과격파에 암살당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와 아리엘 샤론 같은 강경파가 이스라엘 총리가 되고, 팔레스타인의 테러행위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오슬로협정은 이제 건전지 수명이 끝난 시계처럼 멈춰버린 상태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오슬로 협정을 되살리는 것만이 유일한 평화의 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4.싸움을 말리는 나라는 없나요

그동안 미국이 가장 열심히 뛰었어요. 미국의 노력은 우선 석유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동에서 석유를 많이 사오는데 팔레스타인에서 전쟁이 나면 중동산 석유값이 마구 오르거든요. 73년 4차 중동전쟁이 터졌을 때가 그런 상황이었죠. 당시 우리나라도 어려움이 많았지요. 미국은 또 중동에서 미국의 목소리가 커지면 중동산 석유를 사쓰는 한국·일본·유럽 등에 힘을 쓰기 쉽다는 점도 노리고 있죠.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 편을 더 든다는 비난도 자주 받습니다. 미국의 은행과 신문·방송을 주무르고 있는 유대계 미국인들의 입김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죠.

5.서로 싸우면 경제적으로도 둘다 손해 아닌가요.

이스라엘은 1인당 연간소득이 1만6천달러인 부자나라입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과의 오랜 다툼 때문에 힘들여 번 돈을 상당부분 까먹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32억달러의 피해를 봤습니다.

팔레스타인은 더 심하죠. 가자지구 1인당 국민소득이 7백달러 수준이고, 80만 인구 중 절반이 일자리가 없답니다. 역시 나라가 평화로워야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두 나라가 보여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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