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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봤습니다 … “현존 최고의 화질” vs “디자인 완벽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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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용호상박(龍虎相搏). 삼성전자 갤럭시S와 애플 아이폰4 발표 내용을 뜯어보면 한쪽 손을 쉽사리 들어주기 힘들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HW) 기술을 앞세워 갤럭시S를 예고해 온 삼성을 의식한 듯 애플은 HW 성능을 확 높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은 수퍼아몰레드 화면과 디자인 같은 기기의 우수성 이외에 ‘수퍼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같은 소프트파워를 강조했다. 각자 약점으로 꼽히던 것들을 한껏 보강해 정면승부에 나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시장의 판단이지만 그 전에 서울과 미국 현지의 취재기자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의 갤럭시S·아이폰4 체험담을 들어봤다.

갤럭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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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화면과 화질은 압도적이다. 10.08㎝(4인치)나 되는 크기에 현존하는 최고 화질의 수퍼아몰레드 재질이다. 눈부신 조명을 대 봐도 꽤 선명한 화면을 느낄 수 있었다. 8일(한국시간) 새벽 공개된 아이폰4(9.3㎜)보다는 약간 두껍지만 9.9㎜의 두께는 국내 출시 스마트폰 중 가장 얇은 것이다. 무게는 121g으로 아이폰4(137g)보다 가볍다. 사각형에 가깝던 종전 삼성 스마트폰 모습에서 벗어나 뒷면을 곡선 처리해 손에 쥐기 편해졌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인 신종균 사장은 “아이폰4에 대해 가장 비교 우위에 있는 것이 시각적인 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기가헤르츠(GHz) 중앙처리장치를 사용해 빠른 속도의 터치감은 물론, 멀티미디어·게임·인터넷 등을 스마트폰으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기화면의 아이콘에 손가락을 올려놓자 순식간에 화면이 바뀌었다. 몇몇 체험자들은 “반응이 너무 빨라 오히려 불편한 것 아니냐”는 농 반 진 반의 이야기까지 할 정도였다. 3D(3차원) 게임 화면 역시 지체 현상 없이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운영체제(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2.1 버전을 탑재했으며 향후 2.2(프로요) 버전 업그레이드를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폰4에 비해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은 그대로 남아있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20만 개가 넘는 앱이 들어있지만 안드로이드마켓은 5만7000여 개 정도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려는 보완책도 눈에 띄었다. 신 사장은 “경쟁사(애플)에 비해 양적으로 앱이 미흡한 건 사실이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앱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드로이드마켓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의 T스토어, 삼성의 삼성앱스 등을 통해 다양한 앱을 즐길 수 있고, 양적인 면을 보강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갤럭시S의 대기화면에서 하단의 메인 메뉴에 손가락을 대면 교보문고의 전자책을 볼 수 있는 ‘교보 e-북’, 원하는 지역의 날씨를 폐쇄회로(CC)TV로 볼 수 있는 ‘날씨’, 농·축산물 이력 조회가 가능한 ‘안전한 먹을거리’ 등 생활 밀착형 앱 아이콘들이 나타났다. 신 사장은 “현재 국내에서 활용할 수 없는 안드로이드마켓의 유료 앱도 곧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갤럭시S의 국내 출시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90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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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다운 것’의 집약체라 할 만하다. 미국 정보기술(IT) 분야의 대표적 파워 블로거인 마이크 런들은 지난 3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간결한 디자인, 아름답고 쓰기 편한 사용자 환경, 제품 포장마저 최고급을 고집하는 완벽주의야말로 애플의 성공 비결”이라고 평했다. 아이폰4는 그런 애플 혹은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스타일을 또 한 번 극단까지 몰아붙인 결과물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두께다. 기존 제품보다 24% 더 얇아진, 세계에서 가장 슬림한 스마트폰이다. 안테나와 Wi-Fi 등의 기능을 밖으로 빼, 단말기를 둘러싼 스테인리스 스틸 테두리의 형태로 장착한 것이 주효했다. 제품 앞·뒷면은 플라스틱보다 30배 강한 유리로 마감했다. 잡스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0)에서 이 제품을 처음 공개하며 “우리가 만든 제품 중 가장 아름답다. 마치 옛날 독일의 라이카 카메라 같지 않으냐”며 청중의 동의를 구했다. 아울러 “이렇게 얇지만 배터리 수명은 비디오를 10시간 연속 시청할 수 있을 만큼 길어졌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배터리 탈·부착이 안 되는 불편은 여전하다.

캐나다의 문명 비평가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는 인간 감각의 연장’이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애플은 예서 한 발 더 나아가려는 것일까. 새로 개발한 디스플레이에 아예 ‘망막(Retina)’이란 이름을 붙였다. 잡스는 “픽셀 수는 기존 제품의 4배지만 디스플레이 크기는 종전(3.5인치)대로 해 선명도를 극대화했다”며 “인치당 326픽셀은 인간의 망막이 구별할 수 있는 ‘PPI(인치당 픽셀)’의 한계를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 추가된 ‘자이로스코프(gyroscope)’ 기능도 눈에 띈다. 기기를 든 채 몸을 전후·좌우로 움직이면 화면 속 그래픽 세상도 같은 방향대로 움직인다.

IT 분야 파워 블로거이자 미국 오라클의 시니어 매니저 조성문씨는 “슈팅·서바이벌 게임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바일 게임이 대거 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망이 아닌 Wi-Fi 망을 이용한 영상통화 기능도 선보였다. 아이폰4 사용자 끼리는 무선인터넷이 잡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잡스는 “아이폰4는 혁신적 소통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이나리 기자, 서울=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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