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남편엔 학사모 4년 손발 아내엔 공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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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5일 오후 2시 대전 한남대학교 성지관에서 열린 이 학교 졸업식에서는 30대 장애인 만학도의 졸업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는 뇌성마비 장애인(지체장애 1급)손덕명(孫德明·37·대전시 대덕구 법동)씨와, 지극한 내조로 오늘의 그가 있게 한 부인 조미경(趙美敬·34)씨. 이들 부부는 나란히 시상대에 올랐으며 부인 趙씨가 신윤표(申允杓)총장에게서 공로상을 받자 식장 안은 온통 박수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孫씨는 어눌한 말로 "여보, 그동안 고생많았소"하며 부인을 꼭 껴안았다. 부인 趙씨는 "용기를 잃지 않고 무사히 졸업한 당신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훔쳤다.

趙씨는 1998년 남편이 대학에 입학한 뒤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승용차에 태워 집에서 4㎞쯤 떨어진 학교에 등교시켰다. 부인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孫씨는 1학년 1학기 때부터 학기마다 장학금을 받았다.

이들 부부가 만난 것은 부인 趙씨가 95년 서울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인천 앞 장붕도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장붕혜림재활원에서 근무할 때였다. 남편 孫씨는 90년 요양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이듬해부터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만난지 1년 만에 결혼했다.

검정고시로 초·중·고교 과정을 마친 孫씨는 부인과 상의 끝에 대학진학을 결심했다. 그는 97년부터 1년 동안 교육방송과 비디오 테이프 등을 통해 수능을 준비,1년 만에 진학의 꿈을 이뤘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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