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영국에서 4백20만파운드(약 84억원) 상당의 휴대폰 2만6천대를 도난당하고도 상당한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어 화제다.
삼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현지시간) 삼성 현지법인 관계자가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4.8㎞ 정도 떨어진 미들섹스주 헤이즈에 있는 창고에서 휴대폰이 없어진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주 영국에 수출된 이 휴대폰은 판매상들에게 넘기기에 앞서 창고에 보관 중이었다.
도난당한 휴대폰은 최근 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첨단 디자인의 플립형 제품. 판매가격이 2백파운드(약 40만원)로 노키아·모토로라 등 세계적 업체들의 주력 제품보다 3~4배 비싸다.
삼성은 휴대폰을 찾기 위해 20만파운드의 현상금을 걸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도난 사건이 뜻밖의 홍보 효과를 낸 것은 현지 언론들의 대대적인 보도에 따른 것. 삼성 관계자는 "영국 언론들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첨단 기능의 고가품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문의가 갑자기 늘어나는 등 홍보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도난당한 휴대폰에는 통화차단장치가 돼 있어 유럽 내에서 쓸 수가 없고, 보험에 가입돼 있어 금전상 손해도 미미하다는 것이다. 삼성측은 "아직 영국 창고에 9천대의 재고가 있어 판매상들의 주문에도 큰 차질없이 응할 수 있는 만큼 영업상 손실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 경찰은 13일 런던 서쪽의 한 집에서 도난사건 용의자 5명을 체포해 신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체포한 집과 근처에 주차된 밴 승용차에서 9천6백대의 휴대폰을 회수, 법의학팀이 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끝나면 휴대폰을 삼성측에 넘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