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바꾼 우즈 부진 늪 탈출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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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거스 히딩크 감독. 월드컵 무대를 네차례 연속 밟았지만 번번이 만신창이가 돼 돌아온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 진출의 비원을 담아 등용한 '해결사'다.
히딩크를 전국시대의 자객 형가(荊軻)에 비유하면 너무 심할까.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위나라 사람인 형가는 약소국이던 연나라 태자 단(丹)의 요청으로 훗날 시황제가 되는 진나라 왕의 목숨을 빼앗기로 한 자객이다.
파격적인 대우, 고용인의 운명을 짊어졌다는 점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형가는 자객의 임무를 수락하고도 좀처럼 진으로 떠나지 않는다. 몸이 단 태자가 "떠날 마음이 있기나 한 것인가"라고 재촉하자 "돌아올 기약 없이 떠나는 일인데 어찌 이리도 재촉하는가"라며 탄식한다.
축구팬들의 가슴은 태자의 타는 속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16강은커녕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히딩크 부임 이후에야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일자수비에 겨우 문리가 트인 '학습 지진아'를 이끌고 있는 히딩크에게도 월드컵은 생사의 갈림길일지 모른다.
골드컵 대회에서의 졸전에 이어 오는 14일 우루과이와의 친선경기도 히딩크에게는 학습 과정의 일부일 뿐이리라. 그러나 팬들은 히딩크를 안심하고 믿을 만한 단서를 하루라도 빨리 찾고싶은 심정이다.
이제는 뭔가를 좀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 팬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골프로 넘어가자. 8일(한국시간)미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레이 파인스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뷰익 인비테이셔널 대회.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대회 3연속우승을 노리는 필 미켈슨 등 강자들이 떼지어 출전한다.
우즈는 올들어 좀 부진하다. 그러나 호랑이가 앓는 동안 숲속을 호령한 것은 곰이나 표범이 아니었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타이틀을 차지했다. 우즈가 출전하지 않았던 피닉스오픈에서는 크리스 디마르코(미국)가 우승했다.
우즈는 그동안 애용해온 타이틀리스트 제품을 버리고 나이키 드라이버를 잡는다.
명장은 연장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골프는 워낙 예민한 운동이어서 결과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즈와 미켈슨의 맞대결 양상이 펼쳐진다면 명승부가 될 것이 틀림없다. 한국의 최경주가 분발해준다면 금상첨화.
9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겨울올림픽이 열린다. 이번에도 한국의 주력종목은 쇼트트랙이다. 그러나 종합 10위권에 들기 위해서는 롱트랙에서의 분발도 필수적이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고려대)·최재봉(단국대)이 기대주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8~10일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테니스 한·일전이 있다.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예선 1회전이다. 4단식·1복식의 단체전이다. 역대 전적(4승9패)은 뒤져있지만 한국은 최근 네차례의 대결에서 모두 이겼다.
이형택이 제 몫을 해준다면 걱정할 게 없다. 세계랭킹 95위인 이선수는 최근 호주에서 열린 아디다스대회에서 전 세계랭킹 1위 카를로스 모야(스페인)를 누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론 한·일전에는 경기력 외적인 변수가 늘 작용하므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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