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배경 및 정국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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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열린 법사위에서 최연희 위원장(左)이 보좌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위원장석 뒤로 심의해야 할 법안들이 칠판에 빼곡히 쓰여 있다. 김형수 기자

정면 충돌을 향해 돌진하던 여야 대결 정국에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최악의 사태는 당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특히 여야 간 최대 현안이었던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7일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연내 처리를 유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최대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는 9일 끝난다.

◆ "민생법안 위해 임시국회 열어야"=천 대표의 제안은 전날 보안법 폐지안 상정에 성공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당직자는 "4대 입법 중 보안법을 분리해 처리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논의됐던 안"이라며 "하지만 아무런 명분 없이 돌아설 경우 집토끼(우리당 지지층)마저 잃을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 '상정'으로 보안법에 대한 당의 의지를 보여준 만큼 이젠 민생 쪽으로 초점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기국회의 법안 처리 실적은 신통치 않다. 모두 33건이 처리됐다. 그나마 11월 이후엔 4건밖에 없다. 당 관계자는 "무능한 여당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시국회를 소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여당 측 주장이다.

다만 임시국회 소집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한나라당도 민생법안 처리에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선 한나라당이 임시국회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군소 3당과 함께 임시국회를 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원기 의장이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이 임시국회를 거부할 경우엔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계속 물밑 접촉을 하기로 했다.

◆ "민생법안 처리 정기국회로 충분"=한나라당도 남은 정기국회 일정엔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은 물론이고 한동안 4대 입법과 연계할 뜻을 비췄던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도 처리해주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임시국회를 열자"는 천 대표의 제안에는 고개를 젓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에서 민생경제를 핑계 삼아 임시국회를 열려 하지만 '4대 악법'의 날치기 장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것을 누가 모르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여당이 보안법 폐지 당론을 철회하고 나머지 악법도 위헌성과 정략성을 삭제하고 야당과 진지한 자세로 타협해 합의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천 대표의 약속을 일선 여당 의원들이 뒤집은 게 한두 번이냐"며 "천 대표가 보안법을 연내엔 처리하지 않겠다고 해도 상임위에서 그 말이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 입장에선 천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는 것 자체가 6일 법사위의 변칙 상정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불만도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남은 기간에 모든 법안을 처리하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많아 이 같은 강경자세가 협상용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여당이 4대 입법 전부를 강행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임시국회 소집에 응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고정애.김정하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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