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천안함’ 대응, 선거결과에 흔들려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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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유엔 차원의 천안함 사건 논의가 오늘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인 클로드 헬러 유엔 주재 멕시코 대사에게 공식 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임이 민·군·다국적(多國的)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명백히 드러났음을 밝히고 북한의 무력공격이 국제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되는 만큼 안보리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엄중하게 대응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안보리에서 대(對)북한 제재(制裁) 결의보다는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의 일반결의안 또는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북한에 대해 핵실험 등을 이유로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제재 결의가 시행 중인 탓이다. 추가적인 제재 결의가 아니더라도 안보리가 북한을 비난하는 입장을 천명하면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국제사회 전체가 인정하고 비난하게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안보리 차원의 입장 천명이 없더라도 북한의 무력공격을 입증하는 증거가 명백하기에 우리 나름의 강력한 책임추궁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안보리의 입장이 더해지면 우리의 대북 조치가 정당한 것임을 국제사회로부터 공인을 받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 외무성은 4일 천안함 조사 결과를 날조라며 안보리가 논의를 강행하면 초강경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남 협박에 버릇을 들인 나머지 급기야 국제사회 전체를 상대로 협박하는 꼴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을 거부해온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불분명한 상태다. 따라서 안보리에서의 천안함 논의가 우리 바람대로 진행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을 설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한층 강화돼야 할 때다.

6·2 지방선거에서 집권 한나라당이 패배했다. 그로 인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후속 조치가 동력(動力)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또 이번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측이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각종 의문을 제기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보문제는 선거 결과와 연결지어선 안 되는 사안이다. 국가의 존립(存立)을 보장하는 것이 안보이며 안보 없이는 민주주의도, 국가의 번영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 국민 모두가 한뜻으로 북한에 대해 결연한 의지로 엄중하게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만의 하나 안보리 차원의 논의가 순탄치 않다고 하더라도 북한으로부터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의 조치를 받아낼 때까지 강력한 대북 압박조치를 계속해야 한다. 한·미는 이달 중순 서해상에서 대북한 무력시위 성격의 군사훈련을 예정하고 있으며 이달 말에는 대잠수함 훈련도 벌일 계획이다. 이에 더해 대북 심리전 등도 곧 전개할 예정이다. 우리의 대북 압박조치를 두고 북한은 매일같이 전면 전쟁을 운운하는 등 대남 협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는 국민적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