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마라토너들 100㎞ 완주 ‘기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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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달 15~16일 열린 제6회 유성온천 100㎞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출전해 모두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권씨가 14시간 38분 38초, 박씨 12시간 49분, 이씨 14시간 56분 24초를 기록했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 젊지 않은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한 늦깎이 마라토너들이다. 이중 권씨와 이씨는 울트라마라톤 첫 도전이었다.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울트라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한 이병옥·박도훈·권희대씨(왼쪽부터). [조영회 기자]

권씨는 2000년도 원성2동 사무소 근무 당시 달리기에 푹 빠져 있는 이기혁 전 동장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혈압이 높아 병원을 다니다 의사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졌다.

비슷한 시기에 운동을 시작한 이씨는 운동 전 여름에도 찬물이 닿으면 피부가 아린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혈액 순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운동을 시작했다.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이런 증상이 사라졌다. 이씨는 달리기뿐 아니라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많다.

박씨의 달리기 계기도 특별하진 않다. 10여 년 전 신문 등 매스컴을 통해 달리기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접하고 시작했다. 단순히 시작한 마라톤이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지금까지 42.195㎞ 풀코스를 25번이나 완주한 기록을 갖고 있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 1년에 3번 이상 완주한 셈이다.

그는 2002년 시청 내 마라톤동호회가 결성된 첫 해 처음으로 하프마라톤대회에 도전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술독에 빠져 살며 건강을 돌보지 않았다. 2000년도에는 담낭암 수술까지 받았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이들은 달리기를 통해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도 건강해졌다고 자랑한다.

술을 멀리하게 됐고, 업무 효율도 많이 높아졌다고 한다. 성실해진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단다.

박씨는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컨디션이 안 좋으면 왜 그런지 생각해보고, 몸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며 “운동이 내 몸을 사랑하게 해준 계기”라고 예찬론을 폈다. 또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고, 일하면서 겁나는 게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운동하기 전에는 만성피로 때문인지 휴일에 늦잠을 잤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에는 늦잠 자는 일이 없어졌다”고 달리기 예찬론에 동조했다. 자는 시간이 아까워, 휴일이나 자투리 시간을 계획성있고, 알차게 쓰게 됐다“고도 했다. “마르고, 검게 그을린 외모 때문에 초라해 보이긴 하지만, 건강만큼은 초라하지 않다”는 농담 섞인 예찬론이 이어졌다.

권씨는 최근 초등학교 인터넷 카페에 ‘어머님과의 여행’이란 글을 올렸다. 달리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어머니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업무를 하면서 시민들에게 서비스도 충실하게 됐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는 자랑도 이어졌다.

박씨는 요즘 얼마 후 광주에서 열리는 울트라마라톤(100㎞)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재무장하고 있다. 권씨와 이씨도 얼마 후 열리는 한강 마라톤 풀코스를 위해 몸을 다진다.

이들은 “달리기는 오래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려고 하는 것”이라며 “목 마를 때 물 한잔, 1-2초 때문에 목표를 달성 못했을 때의 안타까움 등이 시간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는 명언(?)을 남겼다.

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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