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교육감 후보들 집단 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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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투표함이 열렸지만 진보 진영 곽노현 교육감 후보의 우세를 잠재우지 못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강남 3구에서 사실상 몰표를 받아 역전한 사례가 교육감 선거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2위로 낙선한 보수 진영의 대표주자인 이원희 후보 측 한재갑 대변인은 “강남 표가 분산되는 바람에 역전할 수 없었다”며 패인을 분석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은 곽 후보로 일찌감치 단일화를 이뤘다. 이에 비해 보수 진영은 이 후보, 김영숙·남승희 후보 등 빅3를 포함한 6명이 난립,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표를 나눠 가졌다. 보수 후보 빅3가 강남 3구에서 확보한 득표율은 61.66%였다. 이에 비해 곽노현 당선자는 이곳에서 30.16%를 기록했다. 대신 관악구(39.8%)나 중구(31.2%) 등 다른 자치구에서는 고른 득표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보수 후보들이 ‘교육 집단 자해’를 벌였다”고 말했다. 보수 후보들이 자리와 감투 욕심 때문에 단일화를 못해 패배했다는 것이다. 투표일 3~4일 전까지 보수 측 이·김 후보가 단일화를 시도했으나 각자에게 유리한 단일화 방식을 놓고 다투다 결국은 갈라섰다. 또 청와대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바람에 보수 후보들이 분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김상곤 교육감 당선자 득표율(42.33%)보다 보수 후보인 정진곤·강원춘 두 후보를 합친 득표율(46.52%)이 더 높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 대표는 “단일화에 실패한 보수 후보들의 무능으로 수도권 교육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82명을 뽑는 교육의원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의 후보 16명(19.5%)이 당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진보 교육감·교육의원은 선거 기간 내내 정책 연대를 맺었다. 교육의원은 교육감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하며 월 500만원의 활동비와 인턴보좌관 등이 지원된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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