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장터등 시민단체 수익찾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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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자생적인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들 단체들은 사회운동의 큰 흐름을 학생운동에서 시민운동으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외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재정이라는 내적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 10일 1998년부터 무상으로 사용해 온 정동빌딩의 사무실을 비워주고 임시 거처로 자리를 옮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33개 지역에 지회를 두고 있는 대형 시민단체이만 상근자 40여명이 두달치 월급을 반납한 상태에서 아직까지 새 사무실 임대료 6개월치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시민단체들은 새로운 수익구조 확보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 후원자의 성금에 의존하는 소극적 방식으론 단체의 자립과 자유로운 운동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자성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시민단체들의 각종 수익구조 창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참여연대는 오는 설날 '일석이조 새해선물'이라는 행사를 벌인다. 각종 선물용품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주고 이 과정에서 떨어지는 수익을 남기는 행사를 연다.

이를 위해 참여연대는 25일 과일과 한과 등 여덟가지 선물 목록을 작성해 후원인 1만5천여명에게 발송할 예정이다. 다음달부터 홈페이지(http://www.people21.org)를 통해 일반 시민에게도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집없는 설움'을 혹독하게 겪고 있는 경실련의 수익행사도 다양하다. 지난해 말 이미 '경실련 회관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 호프'를 연 데 이어 오는 3월까지 바자와 농산물 직거래 장터 등 각종 수익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활용한 수익사업이 인기다.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 등 10여개 시민단체는 올 초부터 한 인터넷 공동구매 사이트(http://www.goodsdaq.co.kr)와 손잡고 '마일리지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회사측이 인터넷으로 물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부여하는 마일리지를 기부받아 현금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예 수입금의 상당 부분을 시민단체에 넘겨주는 인터넷 쇼핑몰도 있다. 경남 진주 환경련 정책위원이자 컴퓨터 판매업체 사장인 노범섭(41)씨가 운영하는 '기부몰(http://www.gibumall.com)'이 바로 그것이다. 盧씨는 "이 사이트를 운영해 발생하는 수익의 70%를 시민단체 후원에 쓸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이한 로고를 개발해 기업체 등에 대여해 주고 사용료를 받는 단체도 있다. 1% 나눔운동을 펼치고 있는 선행칭찬운동본부는 지난해 8월 출범 당시 '코코와 치치'라는 로고를 개발했다.

이 로고를 각종 상품에 부착, 기업체 이미지 홍보 등에 도움을 주고 로열티를 받는 수익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현재 데이콤 등 대기업들과 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수억원대의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수익구조 창출 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경희대 NGO대학원 김상준(金相俊)교수는 "시민단체가 자립을 위해 다양한 수익구조를 창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수익행사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기업의 홍보전략을 여과없이 받아들여 운동의 자율성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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