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호 경제수석이 이형택-국정원 연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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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처조카 이형택(李亨澤.60.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씨의 보물 발굴 작업을 도와주도록 그에게 국정원을 연결해준 사람은 청와대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인 것으로 밝혀졌다.

李수석은 25일 "1999년 12월 초 이형택씨가 청와대 사무실로 찾아와 '보물이 매장돼 있다는 정보가 있는데 이를 알아볼 길이 없느냐'고 해 국정원 당시 엄익준(嚴翼駿.작고) 차장에게 전화로 소개했다"고 밝혔다.

李수석은 해명서를 통해 "당시 李씨의 요청을 받고 청와대는 정보를 확인하는 기관이 아니므로 국가정보원 같은 데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李씨가 연락좀 해달라고 간청했다"며 "그후 2000년 2월 초 嚴차장으로부터 보물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그 사실을 李씨에게 통보했다는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이로써 진도 보물 탐사 소동은 대통령 인척이 민간업자의 청탁을 받고 청와대를 통해 국정원.해군.해경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이뤄진 권력비리형 사건임이 드러났다.

또 李씨는 국정원이 보물 매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후에도 이용호씨를 끌어들여 보물 발굴 사업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나 '이용호 게이트'는 사실상 '이형택 게이트'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차정일(車正一)특검팀은 조만간 李수석과 李형택씨 등을 소환, 경위 조사를 벌여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국정원이 해군에 지원을 요청하기 전인 99년 12월 해양경찰청에 해저 탐사작업을 요청, 해경측이 특수기동대원 5명을 세차례 현장에 투입해 조사를 벌였음이 이날 새로 확인됐다. 당시 작업 현장에는 국정원 목포출장소장이 직접 동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국방부도 2000년 李씨가 엄익준 국정원 2차장의 지시를 받은 한철용 당시 국정원 국방보좌관(육군소장)을 통해 오승렬(吳承烈)당시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과 이수용(李秀勇)당시 해군참모총장에게 장비.인력 지원을 두차례 요청했다고 밝혔다.

◇ 해경의 탐사 지원=해경 이경우(李炅祐.치안감)차장은 이날 "99년 12월 27일 국정원 목포출장소장이 목포해양경찰서 丁모 서장(현재 정년 대기발령)에게 전화로 '바닷속 물체를 확인해야 하는데 인력과 장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丁서장이 특수기동대장인 진모 경위에게 협조를 지시, 진경위 등 특수기동대원 5명이 28일 죽도에 출동했다"고 밝혔다.

李차장은 "세차례에 걸쳐 잠수해 바닷속 구조물의 정체를 확인하려 했으나 시계가 흐려 성과 없이 철수했다"고 말했다.

◇ 이형택.이용호씨 토지거래 확인=특검팀은 이형택씨가 2000년 8월 강원도 철원의 시가 2억원짜리 소유 토지를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에게 2억8천만원에 판 사실(본지 1월 25일자 1면)을 확인, 대가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영기.이철희.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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