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6자회담 분열시킬 발언 삼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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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유럽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연일 북핵문제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한반도에서 평화가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발언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다. 어떻게 해서든 전쟁 발발은 막으면서 북핵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심정에서 이런 언급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우선 6자회담 관련국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 포함된 점이다. 노 대통령은 "미국 등 일부 서구 국가는 북한체제가 무너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런 나라들과 북한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과 한국과는 손발이 안 맞게 돼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해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특히 6자회담 기간 중엔 남북 정상회담도 추진할 생각이 없다는 점도 천명했다. 그렇다면 북한을 회담장에 나오게 할 방안을 포함한 효율적 해결책 마련을 위해 미.중.일 등과 긴밀히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럼에도 마치 한.중은 '한편'이고 미국은 '다른 편'이라는 인상을 준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북핵 해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미.중을 갈라 놓고, 더구나 동맹국인 미국은 제치고 우리는 중국과 같은 편이라는 발언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하니 혼란스럽다.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이 없다"고 한 발언도 마찬가지다. 물론 대통령은 대북 유화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우리가 북한의 붕괴를 감당할 수 없다는 발언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선 당혹스러움을 넘어 분노마저 느낄 수 있다. 북한체제에선 '붕괴'라는 용어 자체가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보다 진중하고 고도의 전략하에 나와야 한다. 대통령은 국제정치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라 전체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소지가 계속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