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월드컵 2관왕 성민 "한국 수영 새물길 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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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양볼과 이마에 그득한 여드름, 그리고 천진난만한 웃음…. 아직 앳된 소년 티가 곳곳에 남아있지만 성민(20.한체대)은 이제 어엿한 월드 수영챔피언이다.

성민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월드컵 수영대회에서 배영 1백m와 2백m를 석권, 새해 초 한국 스포츠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이 대회는 동양 선수들에게 불리할 게 전혀 없는 25m짜리 쇼트코스에서 열렸고, 닐 워커(미국) 등 몇몇 강호가 출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가 거둔 성적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한국 스포츠도 하기에 따라서는 육상이나 수영 등 이른바 기본종목에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정신없이 헤엄쳤습니다. 수영을 하다가 콘택트 렌즈가 어긋나 경기 후 전광판의 기록도 못봤죠. 코치 선생님이 뛰어와 '1등이다, 1등'이라고 외치는데 정신이 멍하더군요. "

전지훈련차 갔던 유럽행. 출전 자체에 의미를 두고 나섰던 경기에서 망외의 결과를 낸 성민은 아직도 자신의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2m에 육박하는 서양의 거구들 사이에서 조그마한 동양 선수가 두번이나 우승을 차지하자 현지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성민은 "생전 처음 사인 공세라는 것을 받아봤다"고 말했다.

쇼트코스 수영은 우리나라에서는 경기 자체가 열리지 않는 생소한 종목이다. 성민은 출전 당시 자신의 기록이 없어 선수 개인자료를 대회본부에 제출할 때부터 애를 먹었다. 일반적으로 쇼트코스 경기가 정상 코스보다 1~3초까지 빠르다는 통설에 따라 자신의 기록을 새로 만들어 제출했을 정도였다.

성민은 '파세로 킥'이라 불리는 물속 영법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해 조르주 발레리 경기장을 채운 3천여 관중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성민은 수원 남창초등학교 때 수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오산중 3학년 때까지 전국 규모 대회에서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결국 1997년 수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가 그곳에서 중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이듬해 다시 귀국한 성민은 2000년 경기체고 3학년 시절 국가대표로 뽑혔다. 태릉선수촌에서 현재의 심민 코치를 만나면서 그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지난해 지상준의 기록들을 하나둘씩 깨며 배영의 간판 스타로 급부상했다.

키 1m80㎝.몸무게 64㎏. 수영선수로는 키가 작은 편이며, 특히 몸무게가 너무 가볍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수영에 대한 자질과 집중력이 남달라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이 이병두 대학수영연맹회장의 평이다.

82년 10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새리토스에서 태어난 성민은 현재 미국과 한국의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이중 국적자다.

만 22세가 되기 전에 최종 국적을 결정해야 하는 성민은 "아직 최종 선택은 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수영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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