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협상기밀 유출 의심받는 노무현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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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주한미군 역할 확대'등 한.미 협상 관련 기밀문건을 폭로한 데 대해 미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기밀문서 폭로와 정보 왜곡은 한.미관계에 큰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국은 한국에 문서유출 경위조사 같은 조치를 요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 간 신뢰가 이처럼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그의 발언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노 의원의 폭로 배경을 언급한 대목이다. 그는 "이번 폭로는 노무현 정부의 한.미동맹 개편 과정에 반대하면서 정부 기밀문서 접근이 가능한 사람들의 계산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 주장이 사실인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노 의원의 폭로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주요 기밀이 담긴 회의록을 열람해 메모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누가 자세하게 흘리거나 문서를 전달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구체적으로 폭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큰 의혹은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는 노 의원과 성향을 같이하는 인사들이 이 정권 핵심부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런 세력들이 미군 주둔 자체나 평택 이전에 부정적 여론을 모으기 위해 노 의원을 통해 관련 자료를 제공한다면 우리 안보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미국은 주요 국방 정보를 한국에 주지 않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 측 관계자는 "양국 간 상호 이해와 신뢰를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딜레마"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미관계는 이라크 파병 등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구두선처럼 외치고 있다. 이러니 국민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이다. 정부는 노 의원 주장이 사실인지, 아니면 심각한 기밀 유출이 있었는지,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철저히 조사해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 상대방 국가와의 협상 내용을 흘리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