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의료의 맥] 강명자 꽃마을 한방병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3면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꽃마을한방병원 진료실.

금발의 여성을 포함한 6명의 외국인 남녀 학생들이 강명자(55) 원장의 시술을 지켜보며 임상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부터 한국의 한의학을 익히기 위해 내한한 미국 올랜도 동양의대 대학원생들.

서구의 대체의학 바람을 타고 3년째 미국 동양의학 전공학생들이 실습 장소로 꽃마을한방병원을 찾아오고 있다.

강명자 원장을 부를 땐 항상 '1호'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여성 한의학박사.여성 한방병원장.한의사협회 여성 부회장.여성 한의대 교수 1호 등이 그것.

그녀의 또 다른 수식어는 '서초동 삼신 할미'. 지난 30년 가까이 강원장을 거쳐간 수많은 불임 부부들이 출산후 그녀에게 붙여준 애칭이다.

30년 가까이 현대판 삼신 할미가 '점지'해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줄잡아 1만여명. 지금도 매달 40~50명의 불임 부부들이 그녀에게 임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녀의 불임 치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기혈(氣血)의 소통과 음양의 조화, 그리고 오장육부의 균형이다. 인체의 자생력을 키워 스스로 임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원리는 간단해도 실제 임상에 들어가면 치료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기능적인 면에서 기혈의 허실을 따지면서 인체구조의 변형도 함께 봐야 합니다"

예컨대 스트레스가 심해 간에 울혈이 심한 여성은 화(火)를 풀어주고, 자궁에 어혈(瘀血)이 뭉친 여성에겐 자궁의 기혈 순환을 도와주는 약을 처방한다.

또 척추가 휜 여성은 추나 요법으로 허리를 펴주고, 씹는 습관이 나빠 목뼈가 휜 사람은 경추를 바로 잡아주는 식이다. 심신을 바로 잡아 기혈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치료의 열쇠라는 것이다.

남성 불임 치료도 원리는 마찬가지.강원장은 무정자증이나 희소 정자 남성환자들을 한방으로 치료한 사례를 학계에 보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10여편의 불임관련 논문을 발표한 그는 현재 3월 1일 개설을 목표로 동서보완의학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임상 결과를 논문화하고,불임 치료기법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