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지자체장들 편법운동 기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각종 편법 선거운동이 판치고 있다.

특히 지자체장들이 현직 프리미엄을 이용, 대규모 선심성 발표를 마구 쏟아내는가 하면 부하직원을 제치고 대신 사업설명회 등에 나서 얼굴 알리기에 몰두하고 주민을 모아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 얼굴 알리기=강원도의 B시장은 최근 영농교육 현장에 참석, 농민들에게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이번주 내내 읍.면.동사무소에서 열리는 영농교육 현장을 찾도록 일정을 잡았다. 통상 농업기술센터소장 등 국.과장급이 나서던 자리에 이들을 제치고 시장이 직접 얼굴을 내밀고 있다.

또 광주시 C구청장은 지난해 12월 8일 환경문제를 다룬 『환경이야기-에코피아』를 출간하고 광주대 체육관을 빌려 8천명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충남도 내 C시장은 최근 ㈜한국전화번호부가 관내 12만가구에 배포한 2002년판 전화번호부에 자신의 사진이 실린 '축간사(祝刊辭)'를 실어 선관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 선심 공세=홍선기(洪善基)대전시장은 지난 10일 대전 동구를 초도순시하면서 지난해 말 일어난 가스폭발 사고에 대해 "이재민들에게 2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동구가 이미 "인재(人災)는 법적 근거 및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을 유보했던 사안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17일 농업경영 자금 3백7억원.농촌생활 환경정비 지원 4백13억원 등 모두 7백20억원의 농어민지원책을 발표했다. 농업경영자금은 도내 전 농어업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생활환경정비는 15개 시.군 36개면을 대상으로 주택개량.문화마을을 해주겠다는 것으로 전례가 없는 대규모 지원책이다.

뒷감당이 의문시되는 공약(空約)성 발표도 많다. 대전 유성구는 최근 관광진흥을 위해 구민운동장 부지(1만2천여평)에 3백여억원을 들여 중부권 최고의 워터파크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운동장 부지의 일부가 국가 소유인데다 소요 사업비가 구청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예산(연간 30억~50억원)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경남도가 지난 11일 발표한 창원 컨벤션센터 계획도 전시장.기반시설비만 7백30억원인데다 호텔.극장.쇼핑몰 등에는 2천억~3천억원대의 민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이어서 재원마련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임도빈(任道彬.지방자치)교수는 "전시성 사업의 남발 등을 통해 표를 얻으려는 단체장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엄격히 견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