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풍경] 신문로 '미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겨울철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별미 가운데 '식해'란 것이 있다.

함경도 지방의 향토 음식인데 발음이 비슷한 전통 음료 '식혜'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식해는 식혜와 생긴 모양새나 맛이 전혀 딴 판이다. 겨울이 제철인 가자미를 절여 좁쌀밥.무.고춧가루로 버무려 삭힌 음식으로 훌륭한 안주거리나 밥 반찬이 된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한식당 '미르'는 가자미 식해를 먹을 수 있는 몇몇 안되는 음식점 중에 하나다. 서울 출신으로 함경도 집안에 출가했다는 여주인의 어머니가 만들어 내는 이 집의 특별 메뉴다.

고춧가루에 샛빨갛게 물든 무채와 좁쌀밥, 그리고 곰삭은 가자미 토막이 보는 이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삭힌 생선의 대명사 격인 홍어와 비교할 맛은 아니지만 가자미를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꼴꼴하고 매콤한 맛이 묘하다. 뼈까지 삭아 있어 발라낼 뼈도 없다.

무채의 씹히는 촉감은 무말랭이 수준엔 떨어지지만 아삭거림이 풍부해 입놀림이 즐겁다. 좁쌀밥이 들어간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처럼 빨갛게 삭은 좁쌀밥도 이유없이 맛있다.

식단의 기본 반찬으로 따라 나오는 게 아니고 따로 주문을 해야 하는데 한 접시에 1만원. 잘 먹는 사람은 혼자서도 부족한 양이지만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은 열명이 먹어도 남는다.

잘 먹지 못하거나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 많다면 반 접시(5천원)만 시켜 여럿이 시식해볼 수도 있다.

이 집의 기본 식단은 1인분에 6천원인 정식. 생선구이.된장찌개.사골 국.쌈거리 채소에 10여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백반이다. 찬이 정갈하고 맛도 깔끔하다.

찹쌀 순대와 불고기가 추가되는 1만원짜리 B정식도 있다.

유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