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된 김영준씨… 신분 위장한채 호화 도피생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15일 밤 특검팀에 붙잡힌 김영준씨는 지난 넉달간 '도망자'답지 않은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는 집도, 승용차도, 다니는 술집도 모두 고급 일색이었다는 것이 특검팀 얘기다.

그는 대검 중수부의 이용호씨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아파트를 떠나 방배동의 1백20평 고급 빌라로 옮겼다.

이어 한달 뒤 청담동의 10억원짜리 빌라(60평)를 마련해 은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 기간 중 金씨는 BMW.렉서스.에쿠스 등 고급 승용차 세대를 번갈아 타고 다니며 서울 강남 일대 고급 술집과 카페 등을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생 운전면허증에 자기 사진을 붙여 가지고 다니면서 신분을 위장했고, 휴대전화 서너개를 바꿔 사용해 수사팀의 추적을 피해왔다.

이 와중에 일부 코스닥 상장기업에 주식 투자를 하기도 했다.

그는 1980년 서울 S상고를 졸업하고 시중은행에서 십여년 동안 근무한 뒤 서울 명동 등지에서 사채업을 해왔다.

G&G그룹 회장 이용호씨와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9월 李씨가 대검에 구속되면서 그의 배후인물로 부상했다.

'D금고의 회장이자 G&G그룹 계열사인 K전자의 공동 사주''삼애인더스 해외 전환사채(CB)매입으로 1백54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비즈니스 플러스의 감사' 등의 직함이 그에게 붙어다녔다.

그러나 이같은 검찰 발표와 달리 D금고와 K전자의 법인등기에 金씨는 등록돼 있지 않다. 비등기 임원이나 주주도 아니었다.

D금고 관계자들은 "金씨의 얼굴 한번 못봤다"고 주장한다.

D금고는 2000년 삼애인더스의 CB(전환사채) 거래 과정에서 수차례 차명거래 등의 위법을 저지른 사실이 검찰과 금감원에 의해 적발된 바 있고, 비즈니스 플러스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체는 없는 소위 '페이퍼 컴퍼니'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잠적 이전 金씨의 행방과 정체도 마치 '연기'처럼 묘연하기만 하다. 99년 남동생(38)의 집에 주민등록 명의만 옮겨놓은 채 어디선가 혼자 생활해왔다고 주변에선 말한다. 동생 가족들조차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모른다"고 말할 정도다.

호적상 부인은 없고, 11세인 아들이 한명 있지만 아들의 주소지인 서울 송파구 모 아파트에는 관련 없는 신혼부부가 살고 있다. 지난해에만 세차례 외국을 들락거리는 등 외유도 잦았다.

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