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인이 깨끗해야 언론이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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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윤태식(尹泰植)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언론인 비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당초 패스21 주식 보유와 관련된 25명의 언론인 명단이 나돌 때만 해도 대부분 선의의 취득자일 것으로 여겨졌으나 사법처리된 개인별 혐의 내용이 파렴치범 수준도 많아 언론인이라고 말하기가 낯뜨거울 지경이다.

배임수재 혐의로 엊그제 구속된 한 경제신문 崔모 전 부장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30여건의 기사를 쓰거나 작성 지시를 한 대가로 尹씨에게서 주식 1천주와 그랜저 승용차.골프채 세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패스21 법인 신용카드를 받아 2천9백여만원을 사용하는 등 금품.물품을 받은 규모가 2억5천여만원에 이른다니 도저히 신문사 중견 간부의 행동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또 패스21 창립부터 참여해 주식 9만주를 갖고 있다가 4만7천여주를 매각한 이 경제신문 金모 전 사장도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그를 상대로 주식 보유.매각 과정의 위법성과 차익 규모, 구속된 崔부장에게 패스21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홍보성 기사를 쓰도록 지시했는지를 추궁하고 있다. 金전사장은 또 정부 요로 인사들을 만나 패스21의 납품 청탁을 한 것으로 밝혀져 신문사 사장의 업무 한계를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사 PD 鄭모씨는 패스21 주식 1천주(당시 시가 2억원)와 현금 4천만원.법인카드(사용액 1천1백여만원)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수지 金 사건 의혹을 다룬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도록 해 주겠다며 2억원을 요구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이밖에 많은 언론인이 줄줄이 소환 조사를 받았고 특히 패스21의 차명 주식을 가진 인사는 언론계가 가장 많다고 알려져 수사가 마무리될 때쯤 과연 연루 언론인이 얼마나 더 드러날까 근심스럽다.

尹게이트는 언론계의 비리나 부정.도덕 불감증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도 대형 부정 사건에 언론인이 연루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다수가 사건 중심에 자리잡은 적은 없었다. 어떻게 한 신문의 사장과 부장이 자신들이 주식을 보유한 벤처 기업의 주가 띄우기에 함께 나설 수 있는가. 이러고도 과연 사회의 소금이니 목탁이니 하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언론 개혁은 언론계 정화가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인이 깨끗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고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내내 곳곳에서 언론 개혁을 외쳤지만 구호만 요란했을 뿐 尹게이트처럼 속살은 썩고 있었으니 무슨 성과가 있었겠는가.

尹게이트는 또 언론 기관마다 만들어 시행 중인 윤리강령이나 지침이 모두 사문화했음을 알리고 있다. 이제라도 언론계는 다시 자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언론계의 악습과 고질적인 관행을 개선하고 언론 종사자의 직업윤리 의식을 한단계 높여야 한다. 실추된 언론인에 대한 믿음 회복을 위해 우리 언론계는 尹게이트를 반성과 도덕 재무장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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