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할인, 서울·수도권으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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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부동산 시장에서 할인판매는 대세가 됐다. 지역적으로는 지방뿐 아니라 서울·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추세이고, 상품별로는 주택에서 상가·토지로 확대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이명수 부동산팀장은 “지금은 가격이 거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며 “최근 들어 할인 상품에만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주택시장에서는 지난달 14일부터 재개된 미분양 양도세 감면 혜택 효과가 건설사들의 자체적인 분양가 인하와 맞물려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이달 초 부산 정관신도시의 해모로 아파트 분양가를 최대 19% 내린 후 15일간 45가구를 팔았다. 지난해 1월 준공된 이 아파트는 최근 두 달간 한 채도 팔리지 않았다. 이 회사 박충환 차장은 “아파트값이 더 떨어질 것을 기다리던 대기수요자들이 할인 분양과 양도세 감면 효과를 계기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경북 포항시 양덕동 양덕 e편한세상의 분양가를 13~25% 깎은 후 올 2월 50% 수준이었던 계약률을 85%까지 끌어올렸다. GS건설도 광주광역시 첨단동 첨단자이 아파트를 층별로 17~23% 할인해 최근 두 달 동안 150채 팔았다. 이 아파트는 이전까지 한 달에 한두 채밖에 팔리지 않았다.

서울·수도권에도 효과를 보고 있다. 현대엠코는 최근 동작구 상도동 엠코타운 아파트 전용 118㎡형의 분양가를 1억원가량 낮춘 후 일주일 만에 30건을 계약했다. 대림산업은 경기도 고양시에 짓는 원당 e편한세상에 대해 지난달 분양가를 20% 정도 내린 후 단기간에 계약률 100%를 달성했다.

분양가 할인이 상가로도 확산되자 투자자들이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24~25일 고양일산2지구 하늘마을 1단지 등 모두 16개 단지의 22개 상가를 최대 53%까지 내려 입찰을 벌였다. 그 결과 준공 이후에도 팔리지 않던 미분양 점포 13개가 주인을 찾았다.

이런 분위기를 업고 서울 영등포구 델리타운, 경기 오산 세교지구 인피니트타워, 경기 용인 수지구 센타프라자 등 근린상가 등이 1층 기준 3.3㎡당 100만~800만원 정도씩 깎아 팔고 있다.

토지는 무이자 혜택을 늘리는 간접할인이 늘었다. LH는 최근 김포 한강신도시·영종 하늘도시 등 6곳의 공동주택지·복합시설용지를 5년 무이자 할부로 팔기로 했다. LH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이런 조건으로 땅을 파는 것은 처음”이라며 “계약금을 내고 할부로 땅값을 지불한다고 할 때 5년 무이자 혜택은 분양가를 13% 내린 것과 같다”고 말했다.

분양가 할인이 모든 곳에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기존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워낙 높았던 곳이나 가격 부담이 큰 중대형 중심 미분양 단지 가운데는 분양가를 내렸어도 아직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곳도 있다.

서울 강동구의 A아파트는 9~10% 분양가를 내렸지만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강서구 B아파트도 분양가를 10~15% 내렸지만 이전과 차이가 없다. 주변 시세보다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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