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닭찜·한방오리탕 별미에 테이크아웃까지…고급 음식점 부럽지 않은 ‘구내식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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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닭찜, 한방오리탕, 새뱅이찌개….

웬만한 한식당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 ‘구내식당’에 등장했다. 급식업체인 CJ프레시웨이가 올 3월부터 일부 급식장에서 ‘디미방(知味方·조선 후기 한식 조리서)’이란 이름을 붙인 전통 한식 메뉴 20종을 선보인 것이다. 궁중요리(궁중닭찜·맥적구이), 사찰음식(당귀잎장떡·새송이장아찌), 약선요리(한방오리탕), 향토음식(새뱅이찌개) 등이 주 메뉴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목동 자생한방병원 구내식당 등에서 맛볼 수 있다. 한아리 자생한방병원 영양사는 “민물새우의 한 종류인 ‘새뱅이’로 만든 찌개는 충청도의 향토 음식”이라며 “병원을 찾는 손님 중에 시원한 국물맛을 좋아하는 어르신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선보인 메뉴”라고 소개했다.

서울 연세대 학생식당은 한식·중식·양식·베이커리 등 10개 코너가 마련돼 인기를 끈다.

직장인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단체 급식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관련 시장이 꾸준히 커지는 가운데 급식업체의 직원 식당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긴 변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단체 급식 시장 규모는 9조2400억원으로 2004년에 비해 34% 성장했다.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구내식당의 ‘웰빙식’ 코너가 좋은 예다. 이 코너에서는 저열량 식단인 ‘보리밥 뷔페’나 ‘월남쌈’ 등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양념 사용을 줄여 자극이 적고 다이어트에 도움되는 식단으로 꾸몄다는 것이 에버랜드 측의 설명이다.

서울 신촌동 연세대 학생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불닭 도시락’ 메뉴. [아워홈 제공]

학생식당도 예전 같지 않다. 아워홈이 운영하는 서울 신촌동의 연세대 학생식당에는 한식·중식·일식·양식·베이커리 등 10개 코너가 있다. ‘인더박스’란 이름의 도시락 코너도 운영한다. 일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에 음식을 담았다. 이상현 아워홈 마케팅담당 팀장은 “깔끔한 데다 집에서 싸준 도시락 분위기도 낼 수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점포별로 특화한 메뉴=점포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선보인 메뉴도 눈에 띈다. 아워홈이 운영하는 경기도 분당 차병원점은 ‘산모식’을 제공한다. 신 음식, 찬 음식 등 산후풍이 올 수 있는 식단을 뺐다. 모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운 반찬도 없다. 대신 섭취해야 할 영양분이 많은 산모를 위해 한 번에 일곱 가지 이상의 반찬을 낸다.

하루에만 직장인 4만7000명이 이용하는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구내식당(에버랜드에서 운영) 5곳에는 ‘봉지식사’란 애칭이 붙은 테이크아웃 메뉴가 있다. 종이 봉투 안에 김밥과 샐러드, 과일·주스 등을 담았다. 아침식사를 하지 못하고 출근한 직장인을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다. 부산시 초량동 등 사무실이 밀집한 곳의 점포에서는 ‘찾아가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벤트에 당첨된 회사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다과를 제공한다.

서울 구로동 ‘오렌지 스푼’ 매장 한편에 마련한 세미나실에서 인근 회사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인테리어도 차별화=CJ프레시웨이가 서울 구로동에 선보인 ‘오렌지 스푼’ 매장에는 사람을 마주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바(bar) 형태의 1인석이 있다. 혼자 식사하러 오는 ‘싱글족’을 위한 배려다. 북카페 형식으로 인테리어를 하면서 매장 한쪽에는 식사와 회의를 동시에 할 수 있는 50석 규모의 세미나실도 마련했다.

이 같은 인테리어로 바꾼 후 하루 식사 인원이 지난해 12월 750명에서 지난달 1100명으로 약 40%나 늘었다. 지난달에는 서울 가산동에 2호점을 냈다. 이 회사 이정훈 푸드서비스본부장은 “맛과 서비스가 뛰어난 직원 식당이란 입소문을 타면 옆 건물 직원들도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끈다”며 “끊임없이 메뉴·서비스를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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