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 "미안해 L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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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김영현(右)이 LG 백승일을 3-0으로 꺾고 천하장사로 결정되는 순간 환호하고 있다. [구미=한국씨름연맹 제공]

'초신성(超新星)'.

운명을 다할 때 마지막으로 엄청난 빛을 발한다는 별처럼 그들도 마지막 씨름판에서 땀과 모래로 얼룩진 거구를 불살랐다. 경기를 목전에 두고 감행했던 이틀간의 단식농성도 이들의 투지 앞엔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본지 12월 1일자 24면>

'왕눈이' 염원준, '들소' 김경수, '영원한 소년장사' 백승일,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 5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04 천하장사 씨름대회 천하장사 결정전 8강에는 6일 팀 해체가 예정돼 있는 LG투자증권 황소씨름단 선수가 4명이나 올랐다.

김경수가 백승일에게 1-2로 져 7품에 머무르긴 했지만 나머지 3명은 모두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4강에서 염원준은 '원조 골리앗' 김영현(신창건설)에 1-2로 졌고, 최홍만은 백승일에게 0-2로 져 결승은 백승일과 김영현의 한 판 대결이 됐다.

팀 선후배인 김경수와 최홍만을 발판으로 결승에 오른 백승일은 LG투자증권의 마지막 천하장사를 노리며 모래판에 올랐다.

그러나 대회 직전 다섯 끼를 굶었던 백승일은 마지막에 힘이 부쳤다. 김영현에게 밀어치기 두 판과 배지기 한 판을 연달아 내줘 0-3으로 허망하게 물러났다. 백승일은 경기 후 "아쉽다.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영현은 1999년 12월 인천대회 이후 5년 만에 천하장사에 복귀하며 42대 천하장사가 됐다. 신창건설은 전날 금강.한라통합장사 결정전에서도 조범재가 정상에 올라 최강단전(단체전)과 천하장사 등 타이틀을 싹쓸이하는 쾌거를 올렸다.

민속씨름 출범 다음해인 1984년 12월 27일 창단한 LG씨름단은 창단 2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현대중공업과 신창건설 등 2개 씨름단만 남게 돼 향후 대회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

구미=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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