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약 변경 탓 재고 5백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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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이 처방약품을 바꾸는 바람에 약국들이 5백여억원어치의 약을 썩히고 있다."

대한약사회 간부들은 14일 10여일 예정으로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약사회는 "지난해 말 전국 1천88곳의 약국을 무작위로 추출해 못쓰는 약의 현황을 파악해 보니 약국 당 2백80만원어치가 쌓여 있었다"고 밝혔다. 이를 전국 1만8천여 약국으로 환산하면 모두 5백여억원어치가 사장(死藏)돼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약사회 신현창 사무총장은 "약을 제약회사나 의약품 도매상으로 반품하려 해도 이미 대부분 포장을 뜯은 상태여서 거부당하고 있다"며 "설사 반품되더라도 현행법상 재포장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래저래 국가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 약들은 거의 대부분이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조제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처방전 없이 환자에게 일반약으로 팔 수도 없다.

약사회는 다음주 초에는 항의의 표시로 약을 무더기로 보건복지부에 반품할 계획이다.복지부는 "재고약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의사와 약사 간의 갈등 때문"이라며 "의약분업 예외 지역으로 이 약들을 넘기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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