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포럼] 2002 경제 토정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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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이맘때 바로 이 글자리를 펴놓고 '경제 토정비결'을 풀어봤었다.

'비록 어렵다 한들 더 큰 어려움은 닥치지 않겠다'

*** 해외만 쳐다보는 형국

'잘하면 7월 이후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겠다'

'금리는 더 낮아지면서 주가나 부동산은 온기가 돌겠다'

'냄비 주가를 튀겨 올리거나 부동산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시중에 풀려 있는 돈들이 재앙이 된다'

'무엇으로 먹고 살지 걱정은 여전하겠다'

이런 줄거리였는데, 지내놓고 보니 다행히 크게 틀리지는 않은 듯하다.

이에 힘을 얻어 올해 다시 '돗자리'를 펴는 모험을 감행키로 한다.

우선 올해는 U.L 두 점괘 중 어느 것이 맞아 떨어지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리겠다.

경기가 바닥을 이미 지났거나 현재 지나고 있고 따라서 언제고 경기가 회복세를 타긴 타겠으나, 더 중요한 것은 경기회복의 시기와 속도라는 소리다(다들 알다시피 U는 완만한 회복, L은 더딘 회복을 말해주는 점괘다).

서울 강남 부동산이 이미 한번 크게 겁을 주었듯, 초저금리 속에 돈이 엄청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부동산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주식에도 돈이 계속 몰릴 것이다.

국운(國運)이 있다면 U자 점괘가 맞아 떨어진다.

수출.실물경기가 때맞춰 서서히 회복되고 돈이 기업의 투자로 흘러들면서 금리가 약간씩 오르기 시작한다. 주가는 산과 골을 오가면서도 다지며 올라간다.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실적 주가다. 부동산도 오르겠지만 '과열' 걱정은 많이 줄어든다.

그러나 L자 점괘가 들어 맞으면 큰 낭패를 보고 만다.

그간 소비를 지탱하고 주식.부동산 값을 올린 것은 크게 늘어난 가계대출 덕이 큰데, 이것이 더 늦기 전에 수출.실물경기 회복→소득증가로 제때 이어지지 않으면 거품이 되어 재앙으로 되돌아올 공산이 크다. 요컨대 국내수요를 해외수요가 이어받아주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소리다. 월드컵만 가지고는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은행이 가계대출을 더 늘릴 여지는 차츰 줄어들고 있다. 채권 물량도 지난해보다 준다. 은행들부터 뭘로 먹고 살지 걱정이겠다.

결국 올해도 다들 목을 길게 빼고 해외경기 동향을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역시 미국 경기가 가장 중요한데 이 또한 L일지 U일지 엇갈린다.

일본엔 여전히 크게 바랄 게 없으나 다만 엔저는 더 이상 큰 걱정거리가 되지는 않겠다. 이미 미국.중국이 제동을 건 것처럼 다른 나라들이 엔저를 마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

화폐통합 첫해를 맞은 유럽의 경기회복은 올해 기대보다 더디겠다. 전체 덩치가 커진 만큼 독일 등 개별 회원국의 기민한 정책대응이 어렵다. 화폐통합은 몇년을 두고 서서히 효과를 낼 '보약'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에는 올해도 여전히 큰 시장이 선다. 바로 이웃에 큰 시장이 있다는 게 큰 다행인 줄 알라.

*** '福없는 새 대통령'각오를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되겠지만 전면전 형태로 확전되지는 않겠다. 빈 라덴 같은 예외 말고는 다들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건은 몇번 더 터질지 모르지만.

올해 말 미국 중간선거와 한국 대선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둘 다 북한이 큰 변수 중 하나다.

내년 새 정권이 해결사가 되어야 할 큰 일들이 많은데 대권 주자들은 그런 걸 알고나 뛰는지 모르겠다. 정말 '복 없는 대통령'이 될 것을.

건보재정.연금 등 올해 미뤄지는 일들이 골치 아픈 화(禍)를 잉태하고 있고, 농업.의료.법률.교육 개방에 대한 뉴라운드 협상도 온전히 다음 정권의 몫이다.

김수길 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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