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실용] '인생의 오후' 꿈을 펼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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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기쁨
애비게일 트래포드 지음, 오혜경 옮김, 마고북스, 400쪽, 1만2800원

오후 4시는 무슨 일을 시작하기엔 늦고 집에 들어가기는 이른 시간이다. 막연하고 어정쩡하다. 이처럼 원기 가득한 장년도, 인생을 정리할 노년도 아닌 세대가 늘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는 덕에 이런 ‘보너스 삶’은 갈수록 길어진다. 하지만 퇴직, 암 등 질병, 자녀들의 결혼, 주변 인물들과의 사별 등을 감안하면 곡절 많고 쓸쓸한 시간이기도 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의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인생의 오후’가 찬란한 기쁨의 시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그는 ‘오후는 아침이 꿈에도 그려보지 못한 일들을 안다’는 스웨덴 속담을 일러준다.

그는 이 보너스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바꿀 수 있고 바꿔야 한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은퇴했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자녀 교육 등 중년의 과제를 마쳤다는 뜻이다. 이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유의 몸이란 뜻과 통한다. 그러니 전직 은행원, 전직 교사, 누구 누구의 배우자란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 예컨대 문학 창작, 사회 봉사 등을 하며 해방과 만족을 누리라고 권한다.

50대 이혼녀이기도 한 저자는 흥미롭게도 이같은 깨달음을 한국의 경주에서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충만한 노년을 보내는 방법을 찾으려 수백명을 인터뷰했다. 그렇게 해서 ‘두 번째 사춘기 맞이하기’ ‘또 다른 일에 도전하기’‘로맨스의 세계 탐험하기’ 등 기쁜 노년을 위한 12가지 처방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이를테면 34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아프리카 공예품 수입상으로 변신해 정체성을 찾은 흑인 전직 교사,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통해 심한 우울증을 극복한 전직 공무원이 소개된다. 저자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책 이름 그대로 나이들면서도 기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누구든 나이가 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당신에게는 이전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졌지만 낭비할 시간은 없다’란 저자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만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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