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연구생 제도 사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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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기원에서 연구생 제도가 사라진다. 한국기원이 25일 발표한 ‘입단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네 가지다.

①연구생 제도를 없앤다. ②연간 입단자를 현행 10명에서 11명으로 1명 늘린다. ③14세 미만이 참가할 수 있는 영재 입단대회를 신설한다. ④현행 여덟 차례에 걸친 입단대회를 3차례로 단순화한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연구생 제도 폐지다. 연구생 제도는 일본 과 중국에 실력이 뒤졌던 한국 바둑이 엘리트 교육을 위해 1986년 만들었다. 이후 4년간은 오직 연구생에서만 프로를 뽑는 등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해 첫 입단자가 다름 아닌 11세 소년 이창호였다. 또 이세돌·강동윤·박정환 등 많은 영재가 연구생을 통해 빠르게 프로세계에 진입했다.

이로부터 바둑의 프로가 되고자 하는 소년·소녀들에게 ‘연구생’이란 자리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코스가 됐고, 결과적으로 연구생 제도는 한국 바둑이 세계 최강으로 올라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연구생 제도는 영재의 조기 발굴이란 당초 목적을 상실하면서 결국 폐지의 운명을 맞게 됐다.

입단제도 개선안은 아직 초안이다. 다음달 3일 한국기원에서 공청회를 열 예정이고 내용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입단대회 개선 움직임은 입단 문턱의 지나친 병목현상을 해소해 바둑 지망자를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시작됐다. 병목은 바둑의 위기를 불러온 주범이라는 점, 또 병목이 프로 입단자의 고령화를 초래해 이창호·이세돌 같은 영재가 나타나기 힘든 구조가 됐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러나 연간 10명을 11명으로 단 한 명 늘려 병목이 해소될 수 있을까. 한국기원은 병목을 해소할 의지가 있는 것일까. 오랜 연구를 통해 나온 개선책이 핵심을 비켜갔다는 인상이 짙다.

바둑도장을 통해 40여 명의 프로기사를 배출해 온 권갑룡 8단은 “기대한 것과 거리가 있다.공청회를 통해 보완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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