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소주서 '전공' 바꾼 한기선 OB맥주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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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진로 소주 '참이슬'의 성공 신화를 이끌었던 한기선(51)씨가 3일 OB맥주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2월 초 진로 부사장(영업본부장)에서 물러난 뒤 한달여 만에 주종목을 소주에서 맥주로 바꿔 주류업계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韓부사장은 진로그룹 부도 직후인 1998년 7월 진로의 영업담당 전무를 맡아 같은 해 10월 참이슬을 내놨다.

참이슬은 출시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며 1년 만에 소주 시장의 40%를 장악했다.

주류업계에선 "참이슬이 진로를 살렸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같은 성공으로 韓부사장에겐 '소주의 대부'라는 별명도 붙었다.

참이슬의 기획.개발.마케팅에서 그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유통경로를 다양화하고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경쟁 제품보다 10% 정도 싸게 판 전략이 주효했다.

또 진로란 한자어를 풀어 쓴 참이슬이란 상품명도 결정과정에서 논란이 많았지만 오히려 신선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촉매가 됐으며, 업계 최초로 대나무숯 여과 공법을 도입한 것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진로 관계자는 "韓부사장이 주류 영업의 핵심인 친화력과 인맥관리에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韓부사장은 "당시 영업사원이 모자라 관리직들도 낮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엔 도매상이나 업소를 찾아다니며 영업한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고 회고했다.

현재 위스키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진로발렌타인스의 임페리얼도 그의 작품이다.

94년 韓부사장은 국내 독자브랜드로는 처음으로 12년산 프리미엄 위스키를 출시하는 모험을 단행해 대성공을 했다.

한편 진로를 그만두게 된 것과 관련, 韓부사장은 "건강이 좋지 않아 휴식시간이 필요했고,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욕심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몸이 많이 회복된데다 새 직장이 정해진 만큼 맥주에서도 참이슬.임페리얼 못지 않은 신화를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벨기에 인터브루가 지분의 95%를 가지고 있는 OB맥주는 진로의 맥주사업까지 인수해 OB라거.카프리.카스 맥주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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