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쿵제, 대첩을 거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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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준결승전 1국>
○·쿵제 9단 ●·구리 9단

제 12 보

제12보(124~136)=124에 125로 불청하며 구리 9단은 속으로 장탄식하고 있다. 앞길이 험할 것이다. 수를 일일이 보지 않아도 느낌이 온다. 그러나 받아주면 팻감이 없다.

쿵제 9단은 126을 선수하더니 128로 푹 들어간다. 강수다. 팻감으로 쓴 흑▲와 백△의 교환이 악수가 되어 128이란 강타를 불렀다. 그렇더라도 쿵제의 자신감은 놀랍다. 상대는 전투에선 따를 자가 없다는 천하 장사인데 쿵제는 전혀 겁먹지 않고 자신 있게 움직이고 있다.

129를 따냈을 때 130의 팻감도 놀랍다. 흑이 불청하면 백은 중앙 흑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백도 약한데 과연 100% 잡을 수 있나. ‘참고도’ 흑1로 불청하면 백2의 공격. 살기도 힘들지만 귀가 다치기만 해도 흑이 어렵다고 박영훈 9단은 말한다. 이론적으론 그렇다 쳐도 실전심리란 다르다. 유리할 때는 더욱 두려운 법이다. 하지만 쿵제는 자신감이 넘쳤고 구리는 허리를 굽혀 131로 받았다.

참고도

흑은 이제 팻감이 하나도 없다. A 같은 패는 대손해라 둘 수 없다. 결국 133으로 갔고 백은 돌아보지도 않고 134를 따냈다. 길고 긴 대전투가 여기서 끝났다. ‘새가슴’이라던 쿵제가 ‘전사’ 구리를 참혹하게 패퇴시켰다.(132-128)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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