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열한살 김청의 테니스 신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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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열한살 소년의 손에는 오렌지 10여개가 가득 담긴 은빛 우승컵이 들려 있었다. 소년은 시상식이 끝난 뒤 오렌지의 달콤함을 맛봤고, 응원해준 아버지와 친구들에게도 나눠줬다. 마지막 한개는 고향에서 잠 못자고 우승을 기원한 어머니를 위해 남겨뒀다.

한국 테니스의 샛별이 떠올랐다.

국내 초등학교 남자부 최강자 김청의(11.김천 모암초등5)가 지난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 주니어오렌지보울 테니스대회 남자 12세부 단식 결승에서 쉬하리아르 왈리(파키스탄)를 2-0(6-4,6-1)으로 완파하고 국제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선수는 "아버지가 써준 경기 전략을 코트 체인지 때마다 보며 집중력을 다졌다"고 말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1998년 최동휘(당시 대전 탄방초등) 이후 두번째다.

오렌지보울은 주니어대회 중 4대 그랜드슬램에 이어 A급으로 분류되는 최상급 대회로 남녀 각각 18세 이하와 16, 14, 12세부로 나눠진다. 김선수는 지난 11월 첫 출전한 국제대회인 미국 에디허(1급)대회 12세부에서 8강에 머물렀으나 두번째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m62㎝.47㎏의 체격에 독특한 양손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김선수는 세살 때 라켓을 잡기 시작했고 4학년이던 지난해 초등연맹회장배 5학년부 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꿈나무배와 초등연맹회장배를 연속 제패, 초등랭킹 1위에 올라 있다.

김선수의 뒤에는 부친 김진국(46.대구우편집중국장)씨가 있다. 장남인 김선수를 위해 90년 인천의 집을 팔고 경기도 평택에 농가를 구입, 테니스장을 만들고 레슨도 직접 했던 열성파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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