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장훈 7집 '내츄럴'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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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팬들로부터 '바로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하는 듯하다'는 평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일곱번째 앨범 '내츄럴'을 발표한 김장훈은 "내 노래의 화두는 눈물과 웃음이다. 내 노래를 듣고 울었다는 팬의 말, 내 공연에 환호하는 관객들의 웃음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새 앨범에는 윤수일 원곡의 '아름다워'등 세곡의 리메이크곡과 일곱곡의 창작곡이 들어있다.'아름다워'는 이기찬의 '또 한번 사랑은 가고'편곡을 맡았던 조현석에 의해 다시 태어났는데, 브라스 밴드 반주와 펑키 리듬이 어우러지며 앨범에서 단연 돋보이는 트랙이다.

지난 앨범의 '난 남자다'의 맥을 잇는 노래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마지막 트랙에는 댄스 버전도 실려 있다.

대표곡은 '미안해'. 20대 여성팬들을 겨냥한, 사랑.이별 이야기를 쉽고 감미로운 멜로디에 얹은 김장훈류의 발라드다. '사랑아''가요'등의 노래도 비슷하다.

김장훈은 새 앨범에서 보컬에 기계적인 조작을 최대한 줄이고 원래 그대로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이를테면 각 곡마다 '완창'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장담컨대 김장훈의 새 앨범은 6집 앨범에 비해 훨씬 많이 팔릴 것이다. 그리고 주로 20대 여성들인 그의 '주력 팬'들은 더욱 기꺼워할 것이다. 그런데 그의 새 앨범을 손에 들고 느끼는 허전함과 서운함은 도대체 뭘까.

그는 가장 좋아하는 음악인으로 전인권.조동익.김현식을 꼽는다. 실제 친했고, 친하기도 하거니와 음악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사촌간으로 잘못 알려진 김현식의 그늘을 벗어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가.

하지만 벌써 일곱번째 앨범을 내놓은 그가 걸어가는 음악적 행로는 전인권.조동익이 걸어왔거나 김현식이 마감했던 그 길과는 다른 것 같다. 물론 어떤 가수가 어떤 음악을 하느냐에 옳고 그르고는 없다.

또 대중음악인은 필연적으로 인기와 상업적 성공의 부담감을 외면할 수도 없다. 다만 과거 김현식은, 그리고 지금까지의 전인권.조동익은 '팬이 좋아할 만한 음악'보다는 '삶과 사람들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자기 음악'을 우선한 뮤지션이었다는 기억은 잘못된 게 아닐 것이고, 바로 그 점에서 김장훈의 오래된 팬들이 그동안 김장훈에게 걸어왔던 어떤 기대가 갈수록 외면받고 있는 점이 서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17일 만난 김장훈은 "뮤지션으로 이름을 남기겠다는 욕심이 없다"거나 "대중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의 반응과 평가"라거나 심지어 "나는 C급을 자처한다. 따라서 누군가 나를 B급이라고 욕하면 '오 그래? 내가 그렇게 높아?'라고 말한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이런 말들은 일종의 위악(僞惡)이라고 느껴진다.

삶과 세월에 대한 관조와 사색이 담겨있는 노래를 그가 불러주기를 기대하며 조용하지만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소수지만 오랜 팬들은 다시 그의 다음 앨범을 기다려야 할 듯 하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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