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제재 맞선 ‘동시다발 도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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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격한 반응에 비춰 볼 때 북한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대북 행동조치의 이행 단계에 맞춰 긴장을 고조시키는 위협 활동을 동시다발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고대로 비무장지대에서 남측의 대북 방송시설이나 대형 전광판에 총격을 가하는 등의 직접 도발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제주해협 통과 불허 조치에도 불구하고 민간 상선을 그대로 진입시켜 불상사가 벌어지게 하는 등 도발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개성공단에 머물고 있는 남측 관계자에 대한 신변 위해 등을 통해 기선 잡기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의 이런 추가 도발이 현실화될 경우 남북 관계는 파경을 향해 치달을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의 이번 대북 조치는 도발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걸 북한에 알게 하고 정상적인 남북 관계 쪽으로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제재조치가 강구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천안함과 무관하다고 주장해 온 북한으로서는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어뢰의 추진부와 여기에 쓰인 한글 글씨 ‘1번’이라는 결정적 물증이 제시된 상황에서 확실한 불량국가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위원회를 위시한 북한 군부가 전면에 나선 것도 이런 사태의 심각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국방위는 지난 20일 정부의 천안함 침몰 조사 결과 발표 시작 30분 만에 “어떤 제재에 대해서도 즉시 전면전쟁을 포함한 강경조치로 대답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당국자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전례 없이 즉각적이고도 민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김정일에게 이번 사태의 불똥이 튀는 걸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도 눈에 띈다. 김정일 체제 비판에 초점이 맞춰질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에 격한 반응으로 보인 것도 이 때문이란 얘기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대남 강경 입장 발표와 함께 미국 등 국제사회를 겨냥한 선전전도 벌이는 형국이다. 외무성 대변인이 24일 “핵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수 있는 당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쏠린 국제사회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국면전환용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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