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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의 오토 살롱] 자동차와 IT의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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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의 만남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나오는 웬만한 신차에는 아이팟 연결 단자가 ABS브레이크나 에어백처럼 기본사양이 됐다. 이런 단자가 없는 차는 젊은 고객들의 신차 구입 리스트에서 아예 제외될 정도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처럼 스마트폰 같은 IT단말기를 차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고민하고 있다. 이 분야에선 미국 업체들이 강세다. 그동안 품질과 가격경쟁에서 일본·한국에 뒤졌던 GM·포드가 미국이 강점을 지닌 IT 플랫폼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공을 들이는 회사는 포드다. 포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개인단말기와 비슷한 ‘마이포드 터치’를 올 하반기부터 전 차량으로 확산한다. 핵심은 계기판 옆에 달린 8인치 LCD 단말기에 WiFi(근거리 무선 랜) 기능을 더한 것. 운전자는 차량이 잠시 서있을 때는 WiFi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결, e-메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커플 운전자의 경우 이 LCD단말기는 각 운전자가 소지한 키에 따라 자신만의 화면으로 바뀐다.

운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 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승차 전 정해진 시간 동안 에어컨이나 히터도 켤 수 있다. 포드의 존 슈나이더 수석 엔지니어는 “마이포드는 휴대용 IT 기기의 개인 맞춤형 설정 방식을 자동차에 접목시켰다”고 설명한다. 간단한 터치 방식으로 매뉴얼을 보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GM도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폰과 결합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운전자는 차량 안에서 WiFi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량 밖에서도 자신의 안드로이드폰을 이용해 차량의 정보나 도난 상태를 점검한다. GM은 특히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기술에 집중했다. 과거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생애 첫 차로 일본·한국차를 선호했던 것을 이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만회해보겠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도 뒤질세라 MS의 차량용 운영체제(OS)를 사용해 휴대전화·아이팟 등 모바일 기기를 차와 접목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 개발보다 차량과 IT를 연결시키는 것이 당장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3∼4년 후면 스마트폰과 차량의 텔레매틱스 기술을 접목시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기술도 등장할 전망이다. 교차로에서 상대방 차량에서 나오는 무선 신호를 감지해 충돌 전에 미리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식이다. 소비자도 앞으로 차를 고를 때 디자인 및 품질과 함께 IT단말기의 연결 기능을 중시할 것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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