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우리말 바루기 105. 주위 산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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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요즘 어린이들은 참 활발하다.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힌다. 외식을 하러 가도 부모와 의견이 맞지 않으면 돈을 받아 따로 간다. 부모의 말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세상이 바뀌는 데 맞게 적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요즘 사회에서는 자신의 생각 없이 윗사람의 명령만 기다리는 사람을 좋게 보지 않는다. 적극적인 인간형을 원한다. 부모들 중 일부는 이러한 세상의 신호를 오해하거나 너무 적극적으로 수용해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는 행동도 막지 않는 게 한 예다. 그러나 아이가 때와 장소를 못 가리고 돌아다니거나, 규칙 질서를 무시하고, 기다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등 지나치게 활발하다면 과잉행동장애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정신을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것을 일컬어 "주위가 산만하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주위'가 아니라 '주의(注意)가 산만하다'라고 해야 한다. 이때 '주의'는 '정신을 기울인다'는 의미다. 산만(散漫)은 '흩어진다'라는 뜻이다. 즉 정신이 한곳에 집중되지 못하고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눈이 나빠서 주위가 산만해질 수 있다" "비중격만곡증에 걸리면 수면장애, 주위 산만, 기억력 감퇴 등이 수반되기도 한다"에 나오는 '주위'는 '주의'로 고쳐야 한다. 모두 정신 집중이 잘 안 된다는 뜻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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