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산업현장] 광주 첨단산업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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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저마다 '사업하기 좋은 곳을 만들겠다'고 나서기 시작한지도 한참 지났다. 기업 유치를 위해 규제풀기 경쟁을 벌이는가하면 일부 외국자본에 상징적인 수준의 낮은 임대료에 앞다퉈 부지를 내주고 있다.

그런데도 입주계약까지 마친 업체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기업을 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공장 건설을 미루고 있다.

기존 산업단지에서도 "각종 지원이 말만 그럴듯 하지 실속이 없어 불편하고 미진한 게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국내경제의 회복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호남지역 주요 산업단지는 어떤 상황인지,'우리지역 산업현장' 이란 시리즈로 그 현황과 개선책을 점검해본다.

광주.전남 지역경제의 견인차란 기대를 모으며 지난 1998년12월 완공된 광주 첨단산업단지. 입주가 시작된지 3년이 다됐지만 이 단지 산업지구에 입주한 기관.기업체들은 아직도 제대로 활동하기엔 미흡한 점이 많다는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시내버스 노선이 1개에 불과해 대중교통 이용이 아주 힘든 것은 물론,그 흔한 금융기관 하나 없는 실정이다. 도로 표지판이 부실해 길을 찾기도 어렵다.

◇ 입주 현황=첨단단지 2백40만평 가운데 산업지구는 53만여평. <약도> 현재 총 80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체와 각종 기관단체가 입주,약 5천명이 일하고 있다.

분양용지에서는 21개 업체가 가동 중이고 4개 업체가 건물을 짓고 있다. 또 한국산업인력공단.호남직업전문학교 등 5개 지원시설도 들어섰다.

중소기업 임대단지는 41업체가 입주했고 12업체가 공장을 짓고 있다. 광산업단지는 5업체가 가동 중이고 14업체가 건설 중이다. 광주전남테크노파크엔 12업체가 들어 있다.

◇ 교통 불편=산업지구에 시내버스는 29번(첨단단지~광주역~남부경찰서)하나만 다닌다. 이마저 외곽으로 지나 광산업단지 업체 직원들의 경우 대창운수 앞 정류장에서 내려 회사까지 20분 가량 걸어야 한다.

때문에 멀기는 하나 시내버스가 많은 아파트지구로 가서 차로 10여분 걸리는 회사까지는 동료들의 승용차를 얻어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따로 소형 버스를 장만해 출퇴근 시간마다 아파트지구까지 운행하는 회사들도 있다.

중소기업 임대단지의 K사 직원은 "첨단단지는 취직하면 승용차부터 장만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 편의시설 부족=산업지구 안에는 금융기관이 한 곳도 없다. 광주.전남테크노파크 건물 로비에 광주은행의 현금자동화기기 한 대가 있을 뿐이다. 승용차로 약 10분 거리인 상업지구에도 광주은행.주택은행.농협만 있다. 다른 은행 일을 보려면 차를 20~30분씩 타고 하남산업단지나 운암동까지 가야 한다.

㈜큐시스의 조해선씨는 "여러 은행과 거래해야 하는데 가까이에 은행 점포가 하나도 없어 불편이 심하다"며 "출장소라도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체국 또한 산업지구에는 없어 약 10분씩 차를 타고 쌍암우체국이나 우편집중국까지 가야 한다.

◇ 길 헷갈려요=안내판이나 도로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실정이다. 하남산업단지처럼 도로마다 번호를 붙여 놓지도 않았다.

때문에 처음 오는 사람은 어디가 어딘지를 알 수 없다. 몇차례 들렀던 이들조차 가고자 하는 회사나 기관단체를 찾느라 헤매기 일쑤다.

바이오닉스㈜의 김희현씨는 "방문객들이 가까이 와서도 헤매며 회사로 몇차례씩 전화해 물은 뒤에야 겨우 찾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 당국 입장=광주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 광주지사 측은 시내버스 운행과 은행 점포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이나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입주업체 안내판은 한국산업단지공단 광주지사가 내년에 두세곳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입주업체 대표는 "당국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며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교통.금융 같은 소프트웨어적 서비스가 생산성 향상에 아주 절실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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