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불발 변수된 '강숙자의 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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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8일 신승남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개표되지 못한 데는 민국당 강숙자(姜淑子)의원의 '예기치 못한 투표'가 변수가 됐다고 한다.

민국당의 당론은 본회의장엔 들어가되 표결하지 않는다는 것.그러나 姜의원은 투표 종료 직전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부총재와 함께 기표소로 향했다.

회의장의 여야 의석은 순간 술렁거렸다. 한나라당 임진출 의원은 "朴부총재가 동(同)영부인했다"고 농담했고, 朴부총재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은 아니겠지"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姜의원이 투표를 마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둘러싸며 악수를 청했다.

한나라당 전원과 姜의원, 정몽준(무소속)의원 등 1백38명 투표. 姜.鄭의원 중 한명만 찬성표를 던져도 탄핵안은 가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鄭의원은 이미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지만, 姜의원이 어느 쪽인지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자신이 없었다.

개표 과정에서 민주당 박상천(朴相千)고문 등은 "손해볼 게 없으니 감표위원을 내자"고 했으나 이상수 총무는 끝내 "의원 전원 퇴장"을 지시했다. 또 "우리가 퇴장한 뒤 개표하면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9일 "姜의원 때문에 개표를 못했다"고 토로했다.한나라당 당직자는 "우리 당의 반란표 가능성도 걱정거리였다"고 말했다.

姜의원은 어떤 표를 던졌을까. 姜의원측은 "민주당 지도부와 검찰총장,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까지 나서서 설득하는 바람에 어디로 투표했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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