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국제 R&D 아카데미 외국인 학생들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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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고국에 있는 친구 과학기술자들에게 내년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국제 R&D 아카데미 신입생 선발에 꼭 지원하라고 권유하겠습니다."

올 9월 국제 R&D 아카데미 1기로 입학한 누옌 티 홍 옌(43.여.베트남.박막분야 박사과정).팜 둑 쿵(32.베트남.마찰학 박사과정).수레시 바부(25.인도.생화학 박사과정). 이들 외국인 학생은 "교수진, 함께 일하는 연구진, 시설 등 모든 것이 훌륭하다"고 한 학기를 마치는 소감을 밝혔다.

이 아카데미는 KIST가 동남아 등지의 우수 과학기술 인력을 유치하고, 과학기술 국제 교류를 넓히는 차원에서 마련한 것.

현재 1기로 러시아.베트남.인도.중국.태국 등 5개국 21명의 학생들이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내년 3월 2기 입학생을 받을 예정. 박사 과정에는 월 90만원, 석사 과정에는 월 60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학생들은 대부분 고국의 연구소 등에서 일하던 인력으로 한국에 와 있는 지인을 통해 KIST의 아카데미 소식을 듣고 신청, 참여하게 됐다.

한국에서 석달이 지난 지금 한국말도 조금 배웠다.'일.백.천.만' 등 숫자와 '비싸요'라는 말을 안다.

"남대문이나 동대문에서 물건 살 때 흥정하려고 한국 학생들에게 배웠어요. 학업에 바빠 돈 쓸 일이 별로 없었는데 겨울이 되니 날씨가 너무 추워 두꺼운 옷을 잔뜩 사게 됐지요." 베트남 출신인 누옌이 말하자 인도인인 바부도 "영상 20도 아래의 기온은 처음 겪어 본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곧 방학이지만 이들 셋은 아무도 고국에 가지 않는다. 수업은 없지만 해야 할 연구가 잔뜩 쌓여서다. 팜은 "가끔 e-메일로 소식을 듣는 여섯살난 아들이 보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겨울, 한국에서 난생 처음으로 눈을 구경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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