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막내린 탈레반… 빈 라덴 비호하다 파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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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극단적인 억압통치로 악명높았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6일 집권 5년71일 만에 사실상 운명을 다했다.

'이슬람 신학생(Talib)'의 복수형인 탈레반(Taliban)은 1980년대 옛 소련에 맞서 싸운 무자헤딘(이슬람 전사)들이 이슬람 신학교들을 거점으로 구축한 전국적인 투쟁조직이다.

소련군 퇴각 후 군벌들간에 치열한 내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탈레반은 94년 칸다하르 신학교 출신의 전설적 전사 모하마드 오마르를 중심으로 전열을 정비, 2년 만인 96년 9월 27일 카불을 점령하고 부르하누딘 라바니 대통령을 축출, 집권에 성공했다.

탈레반의 집권은 군벌들의 횡포를 척결하고 신앙심을 강조함으로써 오랜 내전에 지친 민심의 지지를 얻은 결과였다. 인접국 파키스탄과 미국이 교역로.송유로 확보를 노려 이들을 지원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탈레반은 집권 후 잔인한 정적 숙청과 1천4백년 전 이슬람교 창시 당시의 원리주의를 강요하는 극단적 '율법통치'로 국민과 국제사회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여성은 집안에서 지내는 것 외에 사실상 아무 일도 못하게 억압했고 TV.영화.음악.인터넷과 운동경기 일체를 금지했으며 남자는 10㎝ 이상 수염을 길러야 했다. 음주자는 태형, 절도범은 사지절단형에 처했고 간음한 자는 돌로 쳐죽이는 등 혹독한 처벌을 일삼았다.

탈레반은 99년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사건의 배후 혐의로 수단에서 추방된 오사마 빈 라덴을 '손님'으로 받아들인 뒤 그가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후에도 비호를 계속함으로써 미국의 공격을 자초했고 결국 공격 2개월 만에 영욕의 집권 5년을 마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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