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월드컵 통역'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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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내년 6월 10일 폴란드와 포르투갈의 월드컵 예선전이 열릴 예정인 전북 전주시는 7일 현재 폴란드와 포르투갈어에 능통한 자원봉사자를 한명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선수단 안내와 이들 국가 관광객 유치 등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한국외국어대 등 이들 언어가 개설된 대학과 대사관 등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월드컵을 치르는 전국 10개 지자체에 외국어 자원봉사자 확보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는 영어.프랑스어.독어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왔는데 지난 1일 조 추첨 결과 이들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포르투갈▶슬로베니아▶폴란드▶터키▶스페인 등의 경기가 한국에 대거 배정됐기 때문이다.

◇ 통역요원 부족=1만5천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전망되는 등 '관광 대박'이 터진(브라질 대 중국 경기 개최 예정) 제주 서귀포시는 중국어 통역요원 부족이 심각하다.

현재 도내 관광업계에서 활동 중인 중국어 안내원은 20~30여명 정도. 서귀포시 관계자는 "당초 통역요원을 경기장 내 2명, 경기장 외 13명을 배치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서너배 이상 늘려야 하는데 인원이 확보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슬로베니아 대 파라과이 전에 대비한 통역인력도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의 경우 미국.덴마크.세네갈.슬로베니아.남아공 등 5개국 경기가 열리지만 덴마크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현지 대사관 직원 한명뿐, 슬로베니아어 통역자는 그나마 한명도 구하지 못해 난감한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영어.독어 통역요원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비 영어권 국가(남아공.파라과이.폴란드.우루과이.프랑스)의 경기가 몰려 있는 부산시는 전체 자원봉사자 5백50명 중 폴란드어 봉사자가 5명, 스페인어(파라과이.우루과이)권은 16명밖에 되지 않는다.

광주시.울산시 등도 스페인.슬로베니아.터키어 통역요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 대책=월드컵조직위원회측은 "현재 확보 중인 1만5천3백여명의 통역 자원봉사자들을 경기에 따라 지역별로 안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영어.프랑스어.독어 전공자가 70% 이상을 차지하고,▶중국어는 6백52명▶포르투갈어 39명▶기타어(폴란드.터키 등)는 99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원봉사자 대신 유급 인력을 고용키로 하고 예산확보에 나서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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