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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고양이 방울 누가 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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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이기원 사회부 기자

공무원 총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가 형평성 시비에 휘말리는 등 혼란에 빠졌다. 행정자치부가 징계 지침을 내린 2504명 가운데 28일 현재까지 163명이 공직에서 쫓겨나는 등 335명이 이미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파업 참가자가 가장 많은 울산시는 사실상 징계 무풍지대다. 시 직속 공무원들(17명)만 징계위에 올라 5명이 해임.파면됐을 뿐이다. 나머지 98.5%(1139명)는 구청장들이 시에 징계 요구조차 하지 않고 있다.

특히 파면.해임 등 중징계 대상자로 분류된 공무원이 308명(징계 대상 총 312명)인 동구의 경우 이갑용 구청장이 오히려 이들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해놨고, 104명(203명)인 북구 역시 이상범 구청장이 행자부 지침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두 구청장은 민주노동당 소속이다.

구청장이 한나라당 소속인 중.남구도 "우리 직원만 중징계를 내린다면 지역내 자치단체간 형평성을 잃게 된다"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이런 현상은 허성관 행자부 장관과 박맹우 울산시장(한나라당)이 이 구청장에 대한 형사고발을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도 되는 듯 서로 미루면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허 장관은 파업을 무산시킨 직후 "징계에 소극적인 이갑용 구청장을 형사고발해서라도 중징계 방침을 관철하겠다"고 장담했었다. 하지만 민노당이 "장관 해임권고안을 내겠다"며 반발하자 1주일간의 장고끝에 박시장에게 대신 고발해줄 것을 요청했고, 박시장은 "나 역시 부담스럽다"며 거절한 뒤 동남아로 떠나버렸다.

급기야 이 구청장이 지난 26일 국회까지 올라가 "장관은 징계를 강요할게 아니라 본인이 사퇴하라"고 외쳤고, 이때부터 구청장이 버티면 징계는 물건너 가는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공직사회 일각에선 "행자부와 울산시가 이 구청장을 '누구도 건드리기 버거운 존재'로 부각시키는 결과만 빚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시간이 길수록 그런 얘기가 그럴싸해지고 있다.

이기원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