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채권서 주식·은행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지난달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투신권에서 자금이 8조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이 MMF와 채권형 펀드를 외면한 것은 채권금리가 올라 채권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채권값이 내려가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증권사에 자금이 몰렸으며, 은행 예금도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1~28일 투신권의 채권형 펀드 수신금액은 2조7천6백26억원이 줄었다. 초단기로 운용되면서 채권형 펀드와 비슷한 MMF도 4조6천6백64억원 줄었다. 때문에 주식형 펀드가 4천2백14억원 늘었는데도 투신권 전체로 7조7천6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대신 증시 여건이 좋아지면서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1조7천2백30억원 증가했다. 은행 예금도 저축성예금을 중심으로 5조4천2백18억원 늘었다.

투신권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금리 동향에 민감한 기관 투자가들이 채권 금리 상승(채권가격은 하락) 때문에 채권형 펀드에 묶어 놓았던 자금을 환매했기 때문이다.

10월말 연 4.98%였던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11월 말 5.68%로,3년 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은 6.59%에서 6.99%로 높아졌다.

특히 일부 투신사들이 채권형 펀드에 편입했던 하이닉스반도체 등 부실채권을 10월에 상각 처리하면서 몇몇 펀드는 원금을 까먹는 경우까지 생겼다.

한은 관계자는 "채권형 펀드의 자금 이탈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값 하락과 함께 일부 부실채권 손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월 중 채권형 수익증권의 평균 실현 수익률이 9월보다 9.23%포인트 떨어진 마이너스 0.27%를 기록했다"며 "어떤 대형 투신사는 하이닉스 채권의 20%를 손실로 처리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