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자폭테러 중동발 '테러대전' 부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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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예루살렘과 하이파에서 잇따라 발생한 폭탄테러가 중동사태를 위기국면으로 치닫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미국이 지난달 19일부터 중동평화 협상 재개를 위해 본격 중재에 나선 가운데 터져나와 가닥을 잡아가던 협상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 왜 유혈사태 잇따르나=이번 테러는 시기만 몰랐을 뿐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사건 직후 범행을 자인한 팔레스타인 과격 무장단체인 이슬람 지하드와 하마스는 하마스 고위 지도자인 마흐무드 아부 한누드(34)가 지난달 23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데 대한 보복을 경고해 왔다.

지난해 9월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봉기(인티파다)이후 1천여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양측 사이의 유혈보복전은 장군멍군식으로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이스라엘 총리실 역시 2일 팔레스타인측에 "이 끔찍한 범죄의 심각성에 상응하는 응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조만간 이스라엘의 대규모 보복공격이 뒤따를 전망이다.

◇ 곤혹스러운 미국=예루살렘에서 날아든 테러소식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당초 3일로 예정된 이스라엘 아리엘 샤론 총리와의 회담을 하루 앞당겨 악화되고 있는 중동사태를 집중 논의했지만 뾰족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부시 대통령이 최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지지하는 등 이슬람권을 끌어안는 유화 적 제스처를 보이는 가운데 터져나와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를 감안, 부시 대통령은 "이번 테러는 전쟁 행위"라고 비난하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테러와 싸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스라엘 다독거리기에 나섰다.

미국은 지난달 25일 윌리엄 번스 국무차관과 앤서니 지니 전 중동주재 미군 사령관을 중동에 파견, 난마처럼 뒤엉킨 평화 협상의 실타래를 풀어가던 중이었다.

◇ 강경 노선으로 돌아설 이스라엘=미국 정부의 입김과 의회 내 온건파의 압력으로 마지못해 협상 테이블에 나섰던 샤론 총리는 이번 테러사건을 빌미로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평소 매파 성향을 노골적으로 보여왔던 그는 테러사건으로 더욱 비등해진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대규모 보복공격 등 강경대응을 불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샤론 총리는 지난주 팔레스타인과의 휴전협상 담당특사에 이스라엘 자살특공대를 이끌던 강성 군 장성 메이르 다간을 임명해 협상 결렬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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