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직의 전문기자 칼럼] 신공항 확장 서둘 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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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허브공항이 되는데 공항은 할 역할이 없더군요."

지난달 초 일본 간사이(關西)공항을 찾은 기자에게 야수오 마쓰우라 국제과장은 "항공사의 선택이 관건"이라고 했다. 공항 사용료를 내려도 별 도움이 안됐다며, 내년엔 나리타(成田)공항이 제2활주로를 갖게 돼 간사이 공항은 더 이상 허브공항이 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것. 그는 "당초 확장계획을 대폭 수정해 매립면적을 60%로 줄이고, 제3활주로 건설계획은 아예 백지화, 화물터미널도 축소해 투자비를 40억달러 줄였다"고 설명했다.

간사이 공항만이 아니다. 앞다퉈 허브경쟁에 나섰던 동아시아 공항 대부분이 요즘 시설 과잉에 허덕인다.

다만 인천공항만 장밋빛이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2단계 공사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만 유별난 재주가 있는지 공약하듯 덜컥 내린 결정이다. 기자는 지난 7년간 인천공항의 건설.운영을 지켜봤다. 시간이 갈수록 '속았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개항일을 슬쩍슬쩍 늦춘건 그렇다 치자. 외국 유명회사가 짠 마스터 플랜으로 개항하자마자 계류장이 부족한 공항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위치.시설이 좋아 개항만 하면 몰려 오리라던 메이저 항공사는 아직도 무소식이다. 천혜의 공항터라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안개가 자욱하다.

돈을 벌기는커녕 빚마저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공항.항만.정보항.비즈니스항.레저항을 겨냥하는 펜타포트의 꿈은 그럴 듯하지만 지금 영종도 어디에도 정보.비즈니스.레저가 몰려올 공간조차 없다.

'1억명 공항'으로 그대로 갈 것인지, 이제라도 찬찬히 따져볼 일이다. 공항을 늘리면 들어올 항공사가 있기는 한가. 있다면 그 항공사와 함께 설계부터 따져보는 게 옳다. 당국 맘대로 짓는 공항의 허점은 이미 1단계 때 수없이 드러났다.

안개가 계속 문제가 된다면 인천에 활주로를 더 놓기보다 김포공항과 연계운영을 검토하는 게 대안이다. 환승객이 주로 중국.일본 등 주변국 승객이라면 기왕 '자유지역'으로 선포한 제주도에 환승공항을 짓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전세계적인 항공 불황시대에 공격적인 공항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그보다 지은 공항이나 활성화하자. 연륙교.호텔.골프장 등 레저시설이 더 시급하다.

음성직 교통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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