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박자만 잘맞추면 음정 · 목소리 관계없이 100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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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송년 모임의 계절이다. 반가운 얼굴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마치면 노래방에도 가고, 노래방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상품을 주기도 한다.

노래방 점수를 보면 노래를 잘하는 사람의 점수는 낮게 나오는데 음치는 높은 점수를 받을 때가 있다. 노래방 기기는 음정에 관계 없이 박자만으로 채점하기 때문이다.

노래방 기기의 칩 속에는 가사의 글자 하나 하나를 얼마나 오래 소리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다. 여기에 맞춰 화면의 글자 색깔이 변한다.

이 정보는 채점에도 쓰인다.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고 소리를 내면 소리가 전기 신호로 바뀐다.

그런데 가사 한 글자를 소리낼 때마다 마이크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의 지속 시간이 칩에 입력된 정보와 잘 맞는지를 살펴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따라서 글자 색이 바뀌는 데 맞춰 음정없이 글을 읽듯 해도 1백점이 나올 수 있다. 음치도 만점을 받는 이유다.

노래방 기기회사 금영의 김옥상 개발부장은 "특히 글자 하나하나를 톡톡 끊어 발음하지 말고, 한 박자면 한 박자 내내 소리를 계속 내야 점수가 잘 나온다"고 말했다.

노래할 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있는데 소리의 크기는 점수와 무관하다.

초창기에는 음정도 헤아려 채점했다. 음의 높낮이에 따라 마이크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의 주파수가 달라지는 것을 이용했다.

주파수 관련 정보를 칩에 입력해 놓고 노래할 때 나오는 전기 신호의 주파수 변화와 일일이 비교했던 것.

그러나 수록된 노래가 점점 많아지며 주파수 데이터까지 기록하기에는 칩의 용량이 감당할 수 없는데다 랩 등 음정을 고려하기 어려운 노래들이 많이 나와 음정 채점은 하지 않게 됐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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