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실내스키로 ABC 배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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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이번 주말 슬로프를 개장하려던 스키장들이 날씨가 풀리자 제설(製雪)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키어의 마음은 벌써 설원을 누비지만 요즘 같아서야 안방에 앉아 TV 화면을 통해 활강하는 장면을 보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겨울철 직장에서 젊은 샐러리맨들의 최대 화두(話頭)는 스키다. 스키를 타지 못하는 사람들은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올해는 꼭 스키를 배워보자'고 마음 먹어도 스키장에 갈 엄두가 안 난다. 혼자 가려니 막막하고 스키를 탈 줄 아는 동료들과 가자니 부끄럽기만 하다.

이런 고민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실내 스키장이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 있는 '미필 실내 스키장'(http://www.skinara.net) (02-483-6799)안을 들여다봤다.

1백80여 평의 실내에서 회원들이 6m의 슬로프를 연거푸 오르내리며 강습을 받고 있다. 슬로프는 모두 4면. 그 중 두 면은 스키어의 진행 방향과 거꾸로 슬로프의 부직포(不織布)가 돌아가는 중.상급 회전식 슬로프다. 나머지 두면의 슬로프는 정지식이며 그 중 한 쪽에는 흰 눈이 쌓여 있다.

슬로프 경사면을 밟아보니 신발이 미끄러진다. 화학 약품에 물을 뿌려 만든 인공 눈이라는데 녹지 않는 게 신기하다.

회원들은 슬로프 사이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에 몸을 싣고 슬로프를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전면에는 거울이 설치돼 있어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자신의 자세를 관찰할 수 있다.

"몸이 자꾸 뒤로 빠지잖아요.앞으로 숙이시라니까요."

강사 신필호(30)씨가 슬로프 아래에서 회원 한명 한명이 내려올 때마다 꼼꼼하게 잘못된 점을 지적해준다. 한시간 동안 슬로프 오르내리기를 수십여 차례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회원들의 자세가 '폼'나기 시작한다.

"남편이 여러 차례 '스키장에 같이 가자'고 권했는데 자신감이 없어 못 가겠더라구요. 실내에서 배우니까 겁도 안 나고 차근차근 배울 수 있어서 좋네요. 올 겨울에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한테 직접 스키를 가르쳐줘야겠어요."

이날 방문이 세번째인 이서영(39.주부.서울 답십리동)씨의 설명이다.

초보자의 경우 부직포 또는 인공 눈의 정지식 슬로프에서 자세와 기술을 익힌 뒤 회전식 슬로프(인공 눈)에서 기술을 숙련시키게 된다.

한달 정도면 'A자 자세'로 불리는 푸르그 화렌, 이 자세로 좌우 턴을 하며 슬로프를 반듯하게 내려오는 푸르그 보겐, 한 단계 진전해 사선(斜線)형태로 슬로프를 내려가는 푸르그 기르란데를 익숙하게 배우게 된다.

3개월 정도 강습을 받으면 누구나 실외 스키장 중.상급 코스에서 상급자 기술인 패러랠 턴을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패러랠 턴은 스키 플레이트를 '11'자로 유지하며 슬로프를 내려오는 기술이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는 실제 스키장에서 야외 강습도 한다. 그렇다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 모두가 완전 초보는 아니다. 스키를 한번도 안 타본 상태에서 실내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은 30% 정도. 나머지는 강습도 안 받고 스키장에 갔다가 낭패를 보고 스키와 멀어졌던 사람들이거나 고급 기술을 배우려는 중.상급자들이다.

강사 신씨는 "실제 스키장 강습에서 '감각'을 배운다면 실내 스키장에서는 세부적 원리와 기술을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실내 스키장의 경우 똑같은 구간에서 수차례 반복 연습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에지(스키 플레이트의 날을 세우는 것)를 얼마나 주느냐, 몸의 무게 중심을 어느 정도 옮기느냐에 따라 플레이트의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세밀하게 알 수 있다. 골프 초보자들은 연습장에서 먼저 배우고 필드에 나간다. 사고 위험이 골프보다 훨씬 큰 스키를 타면서 레슨을 안받는 것은 한국적인 무모함이다. 스키장에서 초보자들의 사고는 중상을 부르며 생명까지 잃게 될 수 있다.

성시윤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 나도 폼나게 배우고 싶다

실제 스키장의 경우 하루 4시간 동안 강사에게 1대1로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은 18~20만원대. 실내 스키장의 경우 하루 한 시간씩 주 3회 한달간 강습을 받는 비용이 스키의 경우 18만원, 스노 보드는 20만원선이다. 실제 스키장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실내 스키 연습장은 경기도 분당 '인공설 스키장'(031-713-2002).(http://www.ski-board.co.kr), 서울 서초동 '서초 알파인 실내 스키장'(02-592-0934).(http://www.indoorski.co.kr), 서울 신설동 'AMF 스포츠센터'(02-2231-7781).(http://www.amfsports.com), 인천시 부평 '스포렉스 실내 스키장'(032-504-4700), 포항 미래 스포션(054-262-4001)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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